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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마늘 농사“지난해보다 괜찮으나 물량 조절이 관건”
올 마늘 농사“지난해보다 괜찮으나 물량 조절이 관건”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5.05.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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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대정농협 계약재배마늘 수매현장, 올 농협수매가 오르고 시세 좋을 전망
올해산 마늘 수매가 28일 대정지역에서 시작됐다.

“올해 마늘 농사는 값도 좋고 수확량이 많아 작년보다 낫긴 하지만, 큰 재미는 못 볼 것 담쑤다(같아요)”

제주농협이 올해산 계약재배 마늘 수매를 처음 시작한 28일 대정농협유통사업소 현장에서 만난 문길수씨(77·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거주). 20년 넘게 마늘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1만1550㎡(3500평)에서 마늘을 재배한 문 씨는“농약 값과 인건비가 많이 올라 손해는 보지 않지만 남는 것도 별로 없다”면서도 표정은 매우 밝다.

문 씨는 “농협에 계약재배를 하고 있어 판로 걱정을 없지만 올해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밤에 기온이 내려가는 등 작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전한다.

해마다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마늘 인건비는 올해 하루 7만3000~7만5000원 선까지 올랐다.

이찰철 대정농협조합장

이날 당초 오전 9시부터 수매를 하려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대정읍 마늘수매현장 분위기는 매우 밝고 활기찼다.

수매가 개시하기 전부터 마늘을 싣고 온 1톤 트럭 50여대 줄을 이었고, 현장에서 마늘을 사려는 상인들도 예년보다 유난히 많아 보였다.

재고량 처리가 어려워서 생긴 수급 불균형, 품질 저하, 값 폭락 등 ‘3악재’가 겹쳐 울상이었던 지난해 현장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가장 큰 요인은 올해 마늘수매단가가 상품 1㎏에 2500원으로 지난해 1750원보다 크게 높아졌고, 생산량도 줄어 시세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수매가격 기준(1㎏)은 지름 5㎝이상 상품이 2만5000~2만3500원, 중품(4~5㎝)이 2만1000~1만9000원, 하품(쏘리, 4㎝이하)1600원이었다.

올 3월 새로 당선돼 이날 수매현장을 지키고 있던 이창철 대정농협조합장(61·한국마늘산업연합회장)은“작황은 평년수준이지만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고 전한다.

이 조합장은 “올해 마늘 수매단가가 계약단가(2350원)보다 높게 결정된 건 지난해 수매가가 낮아 어려움을 겪었던 농가사정이 많이 반영됐다”며“시세는 좋을 것”이라고 조심히 점친다.

대정농협 올해산 마늘 계약재배물량은 1만5967톤을 도내 전체 생산량의 43%를 차지한다.

수매현장에선 계약재배농가가 내놓은 마늘만 사들이고 비계약 농가가 생산한 마늘은 받지 않고 있다. 계약재배물량 상한선은 5만㎏으로 정했다.

“수확기에 비가 내려 걱정이 컸지만 상품은 73%쯤 될 것으로 본다”는 이 조합장은“3.3㎡(1평) 수확물량을 평균 5~6㎏으로 잡으면 대정농협 마늘 조수입은 650억~700억 원”으로 예상했다.

함께 수매현장을 지키고 있는 강성방 대정농협 상임이사(60)는 “올해 비날씨 때문에 뿌리가 썩는 무름병이 생겨 작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강 상임이사는“올 3월까지 생육이 매우 좋았지만 알맹이가 커야할 때인 4월 중순에서 5월 상순사이 날씨가 나빠 예상보다 수확량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강 상임이사는“대정지역에서 마늘 밭떼기거래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는 재배면적 가운데 20%가량 차지하고 있다”며“시세가 좋아질수록 그 비중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늘은 경매시장에서 비상장품목이어서 상인이나 기업 등에 도매로 팔리고 있다. 이날 수매현장에서도 상인들이 직접 계약하기도 했다.

마늘 수매에 앞서 상품기준을 정하고 있다.

올해 산 마늘 생산예상량은 전국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8%, 평년보다 20% 각각 줄어든 2만638㏊,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2%, 평년보다 29% 각각 준 31만3000톤으로 잡고 있다.

제주지역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29% 줄어든 2124㏊로,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8%, 평년보다 14% 준 3만7000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정지역에선 1512농가가 올해 마늘 1284㏊를 재배해 2만3305톤을 생산, 도 전체 생산량 가운데 62%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물량 컨트롤이 가장 관건이 될 것”이라는 조용현 대정농협유통사업소장(48)은“값이 마냥 오르는 게 좋은 건 아니고 오히려 문제 소지가 있다”고 값 오름 현상을 경계한다.

3년 째 수매현장을 관리하고 있는 조 소장은“올해 상황은 좋고, 지난해와 달리 농가 표정과 현장 분위기가 좋다”며 “가장 우려되는 게 수입산 마늘 유통”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 이유로 단가가 3000원 이상 높아지면 저장을 많이 하려는 경향이 있고,그 때문에 값이 오르고 소비지 유통 물량이 줄면 값 안정과 물량 조절을 위해 수입산 마늘을 들여와 유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입산 마늘이 들어오면 상황이 나빠질 건 눈에 보인다는 판단이다.

조 소장은“이곳에서 2500원(1㎏)에 수매하면 소비지에선 3000원까지 받게 된다”며“해남·고흥 지역 마늘 작황이 나빠 벌써부터 시세가 3000원 이상 될 것으로 봐, 상인들이 수매현장에 몰리고 있다”고 전한다. 시세가 2500~3000원 선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게 조 소장 주장이다.

이와 관련 조 소장은“당초 대정농협에선 저장을 많이 하려다 현장 판매량을 1000톤 늘렸다”며“수매량 가운데 20~30% 저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매를 기다리고 있는 트럭들

올해 대정농협은 사들일 마늘 1만 톤 가운데 상품이 7300톤, 중품 1600톤, 하품 1100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별 올해산 마늘수매 일정을 보면 5월28일 대정·안덕, 6월4일 께 한경·고산·김녕, 6월6일께 조천·함덕, 6월8일 께 한림·하귀, 6월10일 께 애월, 구좌는 아직 미정이다.

수매현장을 둘러본 고석만 농협제주지역본부 경제부본장은“올해 마늘 작황과 시세가 좋아 현장 분위기가 밝아 다행”이라며“오늘 하루 1톤 트럭 500대 물량이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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