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무언가를 한다는 것
무언가를 한다는 것
  • 홍기확
  • 승인 2015.05.2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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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82>

예일대에서 1953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20년 후 인생의 목표와 달성할 방법이 적힌 계획들을 적어 놓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97%가 없다고 했고, 3%만이 있다고 했다.
 22년이 지난 1975년. 설문에 응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했다. 계획을 적은 3%가 훨씬 더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금전적인 측면으로 치면 3%의 재산은 나머지 97%의 재산보다 많았으며, 3%의 평균 소득은 나머지 97%보다 평균적으로 10배 이상 높았다.

 계획은 이런 것이다. ‘가끔’, ‘꼭 필요할 때’ 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를 세운 후에는, 그냥 제대로 가고 있나 점검만 하면 된다.

 계획보다는 오히려 무언가를 해야 한다. 무언가를 해야 할 시간에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큰 문제다. 계획을 세우고 만족하는 것은 씁쓸한 자기 위안이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의지의 발로에 불과하다.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금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겠지만,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계획을 세우는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

 최근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다만 뭔가를 한다. 예전에도 뭔가를 하고 있었지만, 요즘은 더욱 격렬히 뭔가를 하고 있다.
 아내와 나의 공통적인 첫 번째 목표는 이렇다.

 ‘40세가 되기 전까지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한다.’

 40세가 될 때까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다가 40세가 되면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네팔의 안나푸르나 산을 다녀올 예정이다. 원체 가난하지만 나름 적금도 붓고 있다.
 두 번째 목표도 있다.

 ‘50세가 되기 전까지, 40세까지 해본 것을 바탕으로 나에게 가장 맞고 재미있는 분야를 골라 전문가가 된다. 그리고 50세에 퇴직한다.’

 내친 김에 마지막 세 번째 목표.

 ‘50세에 퇴직 후에는 그간 쌓은 전문분야 중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직업과 일을 고른다. 숨을 거둘 때까지 일한다. 다만 일하는 시간을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직업이어야 한다. 일하고 난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해야 한다.’

 평생의 목표는 이렇듯 단 세 가지다. 세 가지 목표를 이룰 세부적인 계획도 단순하다. 그냥 뭔가를 하는 것.

 목표를 먼저 세운다. 그다음에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비로소 잘 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보인다. 자연스레 계획이 보이고, 계획이 생긴다.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계획을 자주 세우는 것이다.
 다른 이유 하나는 계획을 잘못 세우는 것이다. 계획을 자주 세우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말은 앞서 했다. 다음으로 계획을 잘못 세우는 것을 설명하려 한다.

 계획이란 오늘부터 목표된 지점까지 가는 계획이어선 안 된다. 역으로 목표된 지점에서 거꾸로 출발하여 오늘까지의 계획이어야만 한다.

 가령 퇴직 후 부부가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면 ‘세계여행을 마친 시점’에서 역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돈이 필요할 것이다. 외국어도 한 두 개쯤은 해야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자녀가 있다면 후딱 결혼을 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초점이 잡힌다. 적금을 들거나 연금을 들고, 외국어 공부를 당장 해야 한다. 문화에 대한 이해는 여행서적을 읽거나, 지금부터 여행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시청해야 한다. 자녀에게 결혼은 좋은 것이다, 빨리 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부모님이 부부로서 행복한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

 반대로 퇴직 후 부부가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서 ‘지금부터’ 계획을 세운다고 하자.
 돈을 모아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의 비중이 너무나 크다. 외국어를 배우기에는 직장생활에 집안일에 경조사에 시간이 없다. 세계 각국의 문화를 배우는 것은 지금 당장 사치다. 현재 초등학생에게 일찍 결혼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계획은 쪼그라들고 목표는 차갑게 식는다.

 지금까지 해왔던 계획을 세우는 방식을 전환하고, 계획을 세우는 빈도도 조정해보자. 이보다 앞서 인생의 목표가 없다면 목표를 세우는 게 너무나 시급하다.

 그 다음은 반복하지만,
 무언가를 하자.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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