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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 거장들의 쓴소리 “제주 땅 팔지 마라”
한국 문단 거장들의 쓴소리 “제주 땅 팔지 마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5.2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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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제주포럼 … 조정래 “행정 잘못 묵인한 것은 제주도민들” 따끔한 충고
22일 열린 제10회 제주포럼 문화세션에서 패널토크 좌장을 맡은 조정래 선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10회 제주포럼 마지막날인 22일 문화세션으로 마련된 두 번째 패널토크 시간에는 한국 문학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조정래, 시인 신경림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들과 건축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평화의 섬 제주, 문화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문화 세션의 패널토크 좌장을 맡은 조정래 선생은 “제주도는 한글 다음 가는 국가적 보물”이라고 극찬하면서 말문을 멸었다.

이어 그는 “유연하고 신비롭고 어머니 같은 한라산 줄기를 바라보면 지친 삶에 활력을 얻게 된다”면서 “있었던 것을 파괴하고 새롭게 짓는 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야만스러운 일”이라고 제주의 난개발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특히 그는 “도시와 고층빌딩이 우리를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잘 알 것”이라면서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이야말로 잃어버린 삶의 질을 찾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몇 해 전 어느 재벌그룹에서 제주에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일을 소개하면서 “여전히 외화 유치를 명목으로 땅을 팔고 난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드림타워 문제와 관련, “38층으로 낮췄다고 하는데 그만큼 낮췄다고 해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신비가 가려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행정이 잘못할 수 있지만, 그 행정이 잘못하게 묵인한 것은 이 섬의 주인인 제주도민들”이라며 “히틀러의 살인적인 만행이 용납될 수 있었던 것은 게르만 제일주의의 독일이 유럽을 통치할 수 있다는 환상을 독일 국민들이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역사 속의 교훈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빌려쓰고 있는 것을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 절대 땅 팔지 말고 지켜라. 당장 땅을 팔아서 얻는 이익보다 수천만배의 이익을 후손들이 얻을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순이삼촌>의 작가 현기영 선생이 4.3 관련 작품을 위한 상설전시관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소설 <순이삼촌>의 작가인 소설가 현기영 선생도 제주도민들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제주 이주민들보다도 정작 도민들이 제주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중한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4.3과 관련해서도 그는 “오히려 이주민들이 4.3에 대해 더 잘 안다. 원주민들은 다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잘 모른다”며 “오히려 공부하고 온 이주민들이 오히려 4.3의 진상을 잘 알고 있더라”고 한탄했다.

그는 또 “4.3 관련 작품을 위한 상설전시관이 있어야 한다”면서 “슬로우 라이프의 가장 핵심은 독서다. 제주도민들이 양질의 문학을 즐기는 공동체의 주민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서울대 교수도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들이 너무 많다. 정치적으로 어떤 입장에 있든 삶이 나아지고, 경제가 나아지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얘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이에 올더스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진보는 손실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표현을 인용, “진보는 손실 없이 이뤄질 수 없다. 제주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손실없이 이뤄지는 건 없으니 그걸 잘 생각해서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포럼 문화세션 2부로 진행된 패널토크에는 소설가 조정래, 현기영과 시인 신경림 등 한국 문단의 거장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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