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알맹이 빠진 ‘무늬만 구조혁신’ 제주감귤 대책인가”
“알맹이 빠진 ‘무늬만 구조혁신’ 제주감귤 대책인가”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5.05.16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원도정이 내놓은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을 보며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4일 ‘고품질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5개년 계획’을 세워 ‘고품질 안정생산’,‘수급조절과 소득향상’, ‘과학적 통계시스템 구축과 가격산지 주도’ 등 3개 분야 8개 핵심과제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강도 높게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중심으로 농가의식·생산·유통혁신을 위해 ‘선(先)자구노력, 후(後)지원 원칙’에 입각해 감귤농가 의식전환을 이끌어내고, 양 위주 생산·출하체계에서 과감히 탈피해 고품질로 승부하는 감귤생산·유통구조 대혁신 기틀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감귤정책 방향과 틀을 바꿔보겠다는 것인데 설득력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몇 가지 사항을 빼놓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내놓은 감귤정책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내용으로 비상품감귤을 전량 수매하던 걸 개선해 상품규격에서 생기는 중결점과만 가공용으로 수매하도록 가공용 감귤규격을 재설정하겠다는 부분이 있지만 논란이 예상된다.

원 지사는 농가 불만과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뼈를 깎는 심정으로 비상품 감귤을 퇴출시키지 않고선 제주감귤을 지켜내기가 어렵다면 농가 협조를 구했지만 ‘후폭풍’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수매가는 감귤출하연합회 총회가 결정하는 사항인데다, 감귤농가들이 불안해하고, 반발도 심할 것이란 제주감귤출하연합회장의 우려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원 지사는 이 기회에 농가 스스로 비상품 감귤을 감귤원 안에 버리는 실천운동과 시장격리 자구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정작 비상품감귤 유통을 주도하는 상인들에 대한 차단책은 없다.

또 비상품 감귤을 산지에서 폐기해 시장으로 반입을 금지시킨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감귤원 정비명령제, 감귤실명제, 신규 과원 통제관리 등 유독 고품질 감귤 안정 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에는 관리·통제 규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단속이나 처벌하겠다는 얘기는 없었기 때문에 ‘선언적 정책’이 아니냐며 시선이 짙다.

감귤 대체작물 개발이 오랫동안 머뭇거리고 있지만 감귤원 폐원지에 대한 활용방안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태양광발전시설까지 유도하기로 해 실현 가능성과 농지잠식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정작 지향하고 추진해야 할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우선 가장 중요한 유통혁신과 생산방법 등이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제주 감귤이 지향해야 할 안전한 먹거리로, 환경 친화적으로, GAP등 생산혁신을 위한 내용도 없다.

품질이 높은 당·산비, 안전한 농산물 생산·소비를 위한 시스템 등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물량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객관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기준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장기적인 대책과 단기적인 대책을 통해 구조적인 틀을 바꿔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내놓은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이 농가에게만 너무 요구하는 게 많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농가에게만 의식을 바꾸고, 고통을 나누며, 자구노력을 하라는 요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감귤을 정치작물로 변질시키고, 감귤농가를 행정에 의존하도록 만든 제주특별자치도 등 관련 당국은 자기반성과 자기 개혁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잘못된 게 마치 개방화와 농가 탓 인양 남 핑계만 대고 있다는 뉘앙스도 짙게 다가온다.

중요한 건 이날 발표한 정책들이 농가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게 주를 이루고 있지만 과연 농가 의견수렴은 거쳤는지, 전문가 자문은 있었는지 헷갈리게 하는 게 너무 많다.

한마디로 알맹이가 빠진 ‘무늬만 구조혁신’하는 정책이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