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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려하면 불안해하지만 변화의 물꼬는 텄다”
“바꾸려하면 불안해하지만 변화의 물꼬는 텄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5.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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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사상 첫 교육감과 교사와의 토론회 자리를 지켜보며
14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마련된 교사와 교육감과의 공개토론회.

교육감과 교사는 어떤 관계일까.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감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이라면 답이 될까. ‘그렇다’는 답을 해야 한다면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교육감과 교사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그런 틀을 깬 자리가 마련됐다. 교사와 교육감과의 공개토론회 자리로 ‘교사는 말한다’는 주제를 달았다. 이날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은 140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이석문 교육감을 향해 그들의 생각을 던졌다.

1시간 30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교사들은 ‘교사는 누구이며, 제주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곤혹스런 질문이 나오기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처음 시도하고 있는 4.3평화인권교육에 대한 찬성 의견을 비친 교사들은 “왜 제주도의회 교육의원들은 제동을 걸려고 하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있는 ‘교육감에게 바란다’를 교육감은 과연 볼까? 어떤 교사는 ‘교육감에게 바란다’에 글을 올렸더니 교육청으로부터 “삭제를 부탁받았다”며 폭로(?)하기도 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뭐라고 답했을까. “다시 올려달라”며 삭제를 부탁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4년차 교사는 소규모 학교에서 다시 읍면지역 소규모 학교로 전출됐다며 이런 인사가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도 던졌다. 이석문 교육감이 “작은 학교는 일거리가 많느냐”고 되묻자 토론장은 금세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4.3에 대한 이야기, 폭로성 이야기, 인사 불만, 심지어는 교사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인적인 3D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는 자괴감까지 나왔다. 왜 그럴까. 그건 우리 교육이 잘못돼 있어서다. 애들에게 치이고, 관리자에 치이고, 학부모에 치이는 그런 직업이다. “이등병이 최상의 전력을 보유하려면 이등병을 잘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장에 있는 교사의 토로였다.

누가 교사를 이렇게까지 만들었나. 바로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 스승의 날을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오죽하면 스승의 날을 감추려 하겠는가. 이날 교사의 입에서 나온 ‘만족도가 떨어지는 직업이다’는 발언은 그래서 이해가 된다.

이석문 교육감이 '교사는 말한다' 토론회 자리에서 교사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은지 교사들은 기존 일에다 늘 새로운 일감에 허덕인다. 학교에서 일을 마치지 못한 교사들은 집에서 밤늦게까지 일감을 처리하는 게 일상이다. 교육청은 컨설팅 장학이라고 하면서 학교를 찾는다. 그에 대해 교사들은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 장학을 맞이하려고 증빙자료는 17개나 있어야 하고, 체크리스트는 30개나 된단다.

제주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00대회’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기초에 학생들에게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인데, 3월과 4월엔 공문에다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눌린다는 호소이다.

이석문 교육감은 “법을 바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쉽지만 문화를 바꾸는 건 어렵다. 바꾸려 하면 불안해한다. 불안해서 없애려 하지 않는다. 과거에 잘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덜어낼 줄 아는 게 능력이다”며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설명했다. 교실을 지원하는 쪽으로 물꼬가 트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꼬가 트인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사들에겐 체감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런 속내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드러났다. 속내를 드러내는 건 쉽지 않다. 그동안 이런 자리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예전에는 시행하지 않았던 첫 자리. 그 의미는 ‘첫’에만 초점을 둘 건 아니다. ‘첫’으로만 그쳐서도 안된다. 소통의 자리는 더 있는 게 바람직하다. 그건 바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교실이 건강해지고, 그 속에서 매일같이 살고 있는 우리 애들이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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