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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대화가 아닌, 학생들의 걱정을 해소시켜줘야”
“형식적 대화가 아닌, 학생들의 걱정을 해소시켜줘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5.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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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첫 시도하는 교육감과 학생간의 대화를 바라보며
이석문 교육감이 4일 제주북초에서 6학년 어린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어른들은 그 시기를 다 겪었으면서도 옛일처럼 잊는다. 어른들은 기억상실에 걸린, 엄밀히 말하면 너무나 이성적인 존재이다. 그 많은 상상력을 키우며 놀던 때는 생각지 못하고 어린이들을 이성적으로만 대하곤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상상력에 간혹 ‘그래서는 안된다’는 이성적인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너무 이성이 개입돼 있다. 그렇지 않고 좀 더 유연하게 생각을 공유하면 안될까.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학생이라는 기본적인 틀이 아닌 자유로운 생각의 전개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4일) 제주북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학생은 말한다’는 주제의 토론회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이날 토론회, 아니 토론회라고 하기보다는 가벼운 대화라는 단어가 적절해 보인다. 제주북초 6학년 3개반 60명의 학생과 이석문 교육감의 만남이다.

학생들이 가진 상상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점심 직후에 진행된 이날 대화는 제주북초 6학년 학생들의 5교시 수업을 활용했다.

제주북초 어린이들이 궁금한 점을 이석문 교육감에게 질의하고 있다.

6학년 어린이들은 꿈을 이야기했다. 꿈은 다양했다. 육상선수, 제빵사, 야구선수, 프로게이머, 심지어는 미래 직업으로 꼽히는 3D 프린터 소재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전하는 학생들도 나왔다.

6학년 어린이들은 이날 꿈을 이야기했지만 교육감이라는 존재는 멀리 있는 존재로만 알았던 모양이다. TV에서만 보는 인물이었다고 전하는 어린이, 교육감을 만나니까 신기하다는 어린이, 할아버지로만 생각했는데 젊다는 어린이……. 무섭고 냉정할 줄 알았는데 직접 바라보니 친근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 석자 문자 교육감은 어떻게 교육감이 됐는냐’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꿈만 단순하게 전하던 학생들은 스스로 보고 느낀 문제점을 던지기도 했다.

“아는 애가 창살이 없는 곳에 앉았다가 넘어져서 큰 부상을 입었어요. 창문 창살이 없는 곳은 창살을 만들어주고, 낡은 곳은 바꿔주세요.”

“손바닥 밀치기를 하는데 유리가 깨져 난리가 났어요. 유리창을 강하고 두꺼운 것으로 바꿔주세요.”

이석문 교육감을 쩔쩔매게 만드는 질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날 어린이들이 던진 대화는 그동안 제주교육 수장은 멀게만 느끼던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된다.

끝없는 꿈을 찾아가자며 외치고 있는 이석문 교육감과 제주북초 6학년 어린이들.

그동안 제주교육이 고정된 틀만 고집한 건 아니었던가. 제대로된 교육이 되려면 가까이에서 들어봐야 한다. 건너서 듣고, 그걸 또다른 사람이 전하면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솔직하게 말하면 어린이들 직접 건네는 얘기는 너무 듣지 못했다. 교육감과 초등학생의 첫 만남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20일까지 초·중·고교 학생들이 직접 이석문 교육감과 대화를 가지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제주북초를 포함해 모두 5개 학교가 해당된다.

학생들의 진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함께 갈 수 있는 제주교육을 만들었으면 하는 의지는 좋다. 걱정이 된다면 보여주기식으로만 하지 말라는 게다. 앞으로 남은 학교는 중·고교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현실적인 문제가 더 많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듣는 행사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아이들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그 걱정거리를 어떻게 해소시켜줄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을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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