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국토교통부에 내놓은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계획안에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탐라는 칠성대길 조성사업’이다. 기자는 전에부터 칠성대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단박에 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언젠가는 한번쯤은 칠성대 관련 글을 쓰고 싶었던터다. 칠성대(七星臺), 아니 역사적 사료에서 먼저 등장하는 건 칠성대가 아닌 칠성도(七星圖)다. 관련 사료는 1530년에 발간된 조선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칠성도 - 성 안에 있다. 돌로 쌓았던 옛터가 있다. 3성이 처음에 와서 삼도로 나눠 차지하고, 북두성 모양으로 대를 쌓아 살았다. 그래서 칠성도라고 한다.”<신증동국여지승람 제38권 ‘제주목’>
<신증동국여지승람>은 북두칠성 모양이어서 칠성도라고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북두칠성 모양이지만 그게 어느정도의 크기이며,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지는 않다. 다만 옛터만 있다고 하고 있다.
이후 나타나는 칠성대, 혹은 칠성도와 관련된 자료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내용을 토대로 글을 싣고 있다.
글이 아닌, 지도에 제주시 원도심의 칠성도가 등장한 건 18세기에 들어서다. 18세기 초기 지도로 추정되는 <제주도(濟州圖)>에 ‘칠성단(七星壇)’이 보인다. 이 지도에 나타난 ‘칠성단’은 현재 관덕정의 남쪽, 관아의 서쪽에 북두칠성 모양 형태로 나타나 있다. 새로 복원이 됐는지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실물이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문제가 되는 건 20세기부터 등장하는 자료들이다. 김석익의 <파한록>(1923년)이나 담수계에서 만들어낸 <증보탐라지>(1954년)는 칠성대가 모두 7개로, 흩어져 있는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문제는 두 자료가 위치를 나타내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기록이 동일하지 않다는데 있다.
짧게나마 칠성대와 관련된 자료를 들여다봤다. 칠성대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크기도 모르고, 위치는 어딘지를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20세기에 등장한 자료 역시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더욱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현재 제주시 원도심엔 7개의 칠성대 표지석이 들어서 있다. 한짓골 공영주차장 앞, 에메랄드호텔 앞, 로베로호텔 앞, 동문수산시장 입구, 중앙로, 칠성로 아케이드상가 내, 산지천 서쪽 등이다. 7개의 표지석이 세워진 건 지난 2011년이다.
7개 가운데 위치를 알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솔직히 추정으로 세워졌다. 삼성혈을 북극성으로 삼아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 위치를 찍어냈다. 어찌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다.
창조는 좋지만 그게 역사라면 곤란해진다. 추정된 지역을 콕 찍어서 ‘여기에 뭐가 있었다’고 하면 곤란하다.
더욱이 이번 도시재생사업안은 그런 추정에 의해 찍은 곳에 테마길을 만들 모양이다. 사업비는 8억9700만원이다. 7개의 표지석을 둘러보는 길이 될덴테, 1.5km에 달하는 추정되는 거리를 걸으며 이만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추정이나 추측을 소설처럼 창조하는 건 뭐라고 할 바 아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여기에 있었다’라고 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싱사업계획안에 그런 역사적인 추정을 벌이는 위험한 일은 칠성대 말고도 또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