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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도시개발의 피해자는 결국 학생들”
“잘못된 도시개발의 피해자는 결국 학생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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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중학교 학구군 조정 및 학교 이설 용역을 보면서
“기존 학교를 옮겼을 경우 어떤 문제 있는지는 전혀 담지 않아”
제주도 중학교 학구군 조정 및 제주시 서부지역 중학교 설립 검토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가 이뤄졌으나 속시원한 답은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도시개발의 혜택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일까. 당연히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제주시 동지역은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지역별로 등락은 있었으나 그나마 균형이 유지됐다. 그런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건 21세기 들어서부터이다. 노형연동택지개발을 시작으로, 이도지구, 아라지구 등이 잇따라 개발됐다. 덧붙여 외도지역도 도시개발의 연장선상이 됐다.

문제는 그런 도시개발에 따라 어느 정도의 인구가 유입되고, 교육여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초등학교 과밀화는 오래부터 지적됐다. 지금은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학급수로 따져서 전국 ‘톱 10’에 드는 학교가 제주에서 2곳이나 될 정도였다.

도시개발 지역의 초등학교 과밀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젠 초등학교만이 아닌, 중학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을 하지 못해서 먼 길까지 통학을 하는 그런 현상이다.

최소한 10년을 내다보는 도시개발 정책이었다면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게다.

그러다보니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곳에 돈을 들이는 형국이다. 뭐냐 하면 ‘중학교 학교군 조정’과 관련된 용역이다.

용역의 핵심은 중학교의 학교군을 조정해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좀 더 편안하게 중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용역을 맡은 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은 27일 제주도교육청에서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번 보고회는 종전 공청회 자리에서 논의된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도 눈여겨본다고 하면 현재 단일 학교군으로 돼 있는 제주시 동지역을 서부지역 학교군과 동부지역 학교군 등 2개 학교군으로 나누고, 2개 학교군에서 자유롭게 지원이 가능한 공동학구를 두도록 한 점이다.

공동학구를 둘 경우 종전에 서부지역 학교군에 있던 학생이 동부지역으로 이사를 했을 경우 학교 전학이 되지 않았으나 이런 문제를 덜 수 있게 됐다.

그 점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이번 용역은 학교 이설과 신설 문제도 담고 있다. 용역측은 신설보다는 이설에 무게를 두고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신설을 한다면 다른 지역 중학교 학생수 감소 등의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더 들여다봤어야 했다. 신설도 마찬가지이지만 학교 이설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실 신설이나 이설 비용은 같다. 학교는 이설하더라도 새로운 부지를 마련해야 하기에 비용은 똑같은 것이다.

만일 학교 하나가 새로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이웃 지역의 학교군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신설이나 이설이 이웃 학교에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똑같다.

이설은 신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기존 학교를 옮겨야 한다. 이설을 한다면 외도동 지역이나 노형동 지역이 될텐데, 그 쪽으로 도심 내부에 있는 학교를 옮기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만일 학교를 옮긴다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까. 기존 학교를 사이에 둔 주민들은 어떤 반응일까. 용역은 그런 문제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어쨌든 잘못된 도시개발이 가져온 문제는 현실이 돼 있다.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인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도시개발을 한 위정자들의 잘못이 크다.

그렇다면 용역은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수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용역은 관련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공동학구를 설정해 먼거리를 오가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이상의 것이 없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연동·노형지역 여학생들이 먼거리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예를 들어 연동·노형지역 중학교에 여학급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또한 학교 신설과 이설이다. 이 문제는 결정을 내려도 문제이고, 만약 결정을 내린다면 차후에 어떤 문제점이 있으니, 그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용역 보고서를 만드느라 수고는 하셨지만 이런 문제점들을 제안하지 못하는 용역이라면 종이뭉치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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