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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마다 달라지는 제주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워요”
“올 때마다 달라지는 제주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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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송상용 석주명기념관 추진위원
석주명기념관 추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

요즘 인문학이 대세인 시대이다. 누구나 툭 하면 인문학을 거론한다. 굳이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아도 될 일을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쓰고 행세를 하곤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문학이나 자연학이나 매 한가지였다. 그리스 시대를 보라. 철학자가 수학자였고, 과학자였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구분 짓는 우리가 이상할 따름이다. 우리의 고교교육과정도 문과와 이과로 나누다보니 문제가 생긴 게다.

내년이면 팔순이 되는 송상용 한림대 명예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 종신회원이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철학과로 편입한다. 그에게 인문과 자연의 분리는 없다.

“인문과 자연을 나눠서 배우는 게 잘못된 것이죠. 다 똑같이 배워야 해요. 문과라도 수학과 과학을 배워야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인문과 자연은 하나였어요.”

그래서인지 그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이 전공이다. 과학과 철학, 역사가 모두 담겨 있다. 성균관대에서는 사학과 교수였고, 한양대는 철학과 석좌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한국과학사학회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그는 최근 소위 ‘활황’을 타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경구도 잊지 않았다.

“글쎄, 반가워야 할 현상이기는 한데 무턱대고 인문학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드는 건 우습죠. 걱정도 됩니다. 인문학을 키우긴 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요란하게 할 게 아니죠. 사실 말만 인문학이라고 떠들지만, 실제는 인문학은 죽어가고 있어요.”

겉으로 화려한 인문학이 아니라, 실제 대학에서 인문학부를 단단하게 해야 한다는 표현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는 제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제주엔 10차례 오갔다고 한다. 올해는 2번째 발걸음이다. 그러나 올 때마다 달라진 모습에 안타깝다고 한다.

“너무 관광지화 되고 있어요. 환경을 보전해야 할텐데, 중국인들은 너무 많이 들어오네요. 1980년대만 하더라도 버스를 타고 제주도 한 바퀴를 돌곤 했죠. 그 때가 재미있었는데, 버스에 탄 남자 차장을 잊을 수 없어요.”

그러면서 그는 제주의 가치를 일깨운다.

“난개발은 곤란해요. 제주도에서 강력한 규제를 해야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제주. 그는 제주를 향해 한마디로 ‘소중하다’는 단어를 꺼냈다. 제주에서 못한 게 있다면 한라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산을 좋아해서 백두산 종주까지 했지만 한라산은 2차례 오르고도 정상을 밟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움이란다.

그는 최근 제주와 특별한 인연도 맺게 됐다. 그의 입을 빌리면 ‘특별한 볼일’이란다. ‘특별한 볼일’이란 그가 석주명기념관 추진위원회 위원이 됐다는 점이다.

“석주명은 젊을 때 제주에 왔죠. 지금으로 따지면 전문대 출신이지만 나비연구는 세계적 수준이었고, 일본 교수들이 손을 들 정도였어요. 그는 나비연구 뿐아니라 제주방언 연구와 에스페란토어도 보급한 인물이죠.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자였죠. 그런 인물에 대해 제주도가 늦었지만 석주명기념관을 추진한다길래 왔죠. 지난달 추진위원회 위원이 됐는데, 제주도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그러고 보니 그 자신이나 그가 거론한 석주명이나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든 사람들이다. 과학·역사·철학 등 3개 학문을 넘나다는 그는 석주명에 대한 사랑, 제주에 대한 사랑도 늘 간직하고 산다.

그와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한다. 올해는 대학에 들어간 지 60년이 되는 해이고, 1955년 입학할 당시 친구들이 모인다고 한다. 전세계에 흩어진 친구들을 만난단다. 그가 전공으로 하고 있는 철학과 역사가 아닌, 서울대 화학과 출신이다. 그 친구를 만나러 서울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자리를 뜨는 그를 보니 인문과 자연이라는 영역을 구분하는 세상 사람들이 이상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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