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4:17 (목)
“옛 것, 오래된 것, 낡은 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도시로”
“옛 것, 오래된 것, 낡은 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도시로”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4.19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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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래생태마을회, ‘제주의 특별함과 삶의 풍경에 대한 강연 및 토론회’ 개최
김태일 교수 “휴양형주거단지 대법원 판결, 개발방식 바뀌는 전환점 돼야”
김태일 제주대 교수가 19일 예래생태체험관에서 열린 ‘제주의 특별함과 삶의 풍경에 대한 강연 및 토론회’에서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가치는 무엇일까?

제주대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는 생태관광 우수마을로 재지정된 서귀포시 예래동의 예래생태체험관에서 19일 ‘제주의 특별함과 삶의 풍경에 대한 강연’을 통해 제주의 경쟁력은 돌이 만든 서사적 풍경, 신화와 바람이 만든 땅의 이야기에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2가지 모두 제주의 땅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김태일 교수는 개발사업자들이 주장하는 랜드마크와 경제 활성화론에 대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라면서 “제주에서 가장 큰 랜드마크는 한라산이다. 건축물 높이를 완화시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 속에는 정작 도민들이 아니라 업자들끼리만 먹고 사는 얘기가 숨겨져 있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아파트로 가득한 뉴타운은 영혼 없는 도시”라고 비판한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발레리 줄레조의 표현을 인용, “제주도가 가진 문화와 역사, 환경 자원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물이 좋고 공기가 깨끗해서 생태마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살고자 하는,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관광(觀光)의 한자를 풀이하면 ‘빛을 본다’는 뜻”이라면서 “투기성 자본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라, 제주의 본래 가치에서 나오는 빛을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이 관광”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특히 김 교수는 최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개발 방식이 바뀌게 되는 전환점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면서 “이제는 높이 240m짜리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있는 가치를 잘 활용하는 데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지사가 문제점 투성이라고 지적한 송악산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그는 “개발 사업 자체의 문제 뿐만 아니라 형제섬이 다 가려지게 된다”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의 가치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돌담을 철거했다가 다시 돌담을 쌓기 시작한 영국의 사례와 1920년대 광장과 주변 건물의 모습이 전혀 달라진 게 없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그레베인 키안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 재생사업 사례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옛 것과 오래된 것, 낡은 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현대적인 삶과 도시로의 전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상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개발사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김 교수의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론 순서에서는 예래동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 주민들, 이주민들이 바라보는 예래생태마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제주의 특별함과 삶의 풍경에 대한 강연 및 토론회’가 19일 예래행태체험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예래생태마을의 미래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영훈 뭉치마이스 대표는 “예래동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의 인프라만 가꿔도 국내 최고의 단일 관광지가 될 것”이라면서 “예래동 안에서만 4박5일의 관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래동만이 갖고 있는 자연환경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 류상부 자문위원단장은 “옛날에는 털게가 많이 있었는데 거의 사라졌다”면서 “이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고 다슬기며 돌미나리, 방풍 등 식생 관련 자원을 복원하는 노력이 실질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예래동을 30년 전의 생태로 돌려놓고 자원화할 수만 있다면 가장 발전적인 모습의 관광단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문위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건축사 차태권씨는 “마을은 생태마을인데 왜 건물은 생태 건축이 하나도 없는지 의아했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그는 “예래동의 정체성과 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을 허가해준 행정의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마을 자체적으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 항의에 나서야 한다”면서 “생태마을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주민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마을 경관 보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생태관광 우수마을로 재지정된 예래생태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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