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진실 규명하지 않겠다는 것”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진실 규명하지 않겠다는 것”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4.1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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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세월호 추모미사 집전 … “해양수산부는 피고의 입장” 일침
강우일 주교가 16일 밤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세월호 추모 미사를 집전하면서 강론을 하고 있다.

“피고 신분의 공무원이 세월호 진상 규명의 실무 전체를 책임지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한 시행령은 사실 진실 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재판에서 피고의 가족 중 한 사람에게 판결을 내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6일 밤 9시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세월호 추모미사를 집전한 강우일 주교의 비판은 단호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이날 강론에서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독립적 진실 규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면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양수산부에 대해 강 주교는 “세월호 사고를 유발한 원인 제공 기관들인 한국해운조합, 지방 항만청,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이런 기관들과 직접 연결된 상부기관”이라면서 “간단히 말하면 해양수산부는 피고의 입장이거나 피고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부서라고 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3월 한국 주교단 일행이 프란치스코 교종을 만나기 위해 로마 교황청에 갔을 때의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가장 먼저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한국 정부가 세월호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특별조사위원회를 조직했지만 실제 조사는 한 발자국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하면서 그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정부가 세월호 보상금 얘기를 먼저 꺼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마치 유가족들이 돈을 먼저 원했던 것처럼 돈다발을 흔들어 보이면서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유가족에 대한 인격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 눈물을 흘리면서 한 약속을 이런 식으로 정부가 변형하고 왜곡하면 국민이 국가를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우일 주교가 세월호 추모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의 광화문 농성을 보면서 피곤하고 혐오스럽게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웃 형제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없는 우리 한국인들의 메마른 영혼의 감성이 너무 서글프다. 형제의 신음 소리가 우리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지 못하는 콘크리트 벽같은, 그런 불통의 마음이 참으로 원망스럽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또 그는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 진실을 외면하고 여러 가지 의혹이 가득한 사건을 그냥 잊어버리고 덮어버리자고 하는 것은 마치 우리 몸의 종기 뿌리를 뽑아내지 않고 그냥 겉으로 붕대만 감고 끝내자는 얘기와 같다”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종기는 속으로 더 깊이 곪아 뼛속까지 썩어들어가 세월호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제주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밤 9시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세월호 추모 미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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