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영주가 졸업하면 학생이 없어요. 3년을 기다려야 하나요”
“영주가 졸업하면 학생이 없어요. 3년을 기다려야 하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08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에서 만난 유일한 학부모 김은영씨
이석문 교육감 “인구 추이 보면서 유치원 문제 검토할 것”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 있는 마라분교 전경.

오전 10시. 송악산 바로 아래 선착장에서 첫 배가 뜬다. 국토 최남단이라고 불리는 마라도를 향한다. 국토 최남단을 보려고 사람들은 몰려든다. 가뜩이나 제주도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마라도를 찾는 이들은 더욱 늘었다. 어떤 날은 마라도에 들어가기가 무척 쉽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다. 물길의 변화무쌍함을 인간이 알 길이 없어서다.

8일 마라도에 도착하고 들어선 곳은 마라분교다. 대한민국 교육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다. 여기엔 국토 최남단의 유일한 학부모가 있다. 김은영씨(46)다. 그는 마라도 출신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 이 곳에 정착한다. 2001년에 마라도에 들어왔으니 올해로 15년째가 된다. 그에겐 6학년 아들과 네 살배기가 있다. 기자는 이석문 교육감의 섬지역 방문 일정에 동행을 했다. 이날은 이석문 교육감의 섬 방문 마지막 날이었다.

대한민국 최남단의 유일한 학부모인 김은영씨.

김은영씨는 “날씨가 좋지 않은데 방문을 해줬다”며 반긴다. 김은영씨는 학부모이면서 마라분교에서 교사를 도와주는 강사역할도 하고 있다. 2006년부터 학교 일을 도와주고 있다.

그는 마라분교의 상징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라분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6학년 아들인 영주가 내년에 졸업을 하면 몇 년간은 학생이 없는 공간이 될 우려가 있다.

“여기서 태어나서 마라분교에 1학년부터 다닌 애는 영주뿐이죠. 내년부터는 마라분교에 다닐 애들이 없어요. 대신 미취학 아동들은 몇몇 있어요. 그런데 어린이를 맡길 공간이 없어 멀리 바다건너 모슬포까지 맡기고 오곤 해요. 마라분교에 이런 애들을 돌볼 시설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이석문 교육감은 김은영씨의 말을 들은 뒤 “유치원 문제는 인구 추이를 보면서 적극 검토를 하겠다”는 의견을 현장에서 내놓았다. 그동안 마라분교에 관심을 기울였지, 유치원에 대한 검토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석문 교육감이 마라분교의 유일한 학생인 김영주 학생과 대화를 하고 있다.

그래도 자칫 하다가는 수년간 학교가 없는 곳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은영씨에게 영주 동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랬더니 이렇게 말한다. “영주 동생인 우주는 4살인데요, 마라분교에 보내야죠.”

김은영씨는 친구없이 지내야 하는 영주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묻어나긴 한다. 그래서 엄마는 영주가 파일럿이 돼 세계 곳곳을 누비길 희망한다.

간혹 그런 희망을 어지럽히는 사람이 있긴 하다. 바로 관광객들이다. 수업중인데도 들어오려는 이들이 있단다. 제발 영주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교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영주가 그리는 꿈을 방해하지 말라는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