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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주택과 목욕탕 굴뚝도 보존”…반가운 사고의 전환
“고씨주택과 목욕탕 굴뚝도 보존”…반가운 사고의 전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07 17: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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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탐라문화광장내 건축물 보존 기치내건 道에 박수를 보내며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탐라문화광장 일대.

반가운 보도자료가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가 7일 내놓은 ‘탐라문화광장내 고씨주택 등 건축물 활용방안 마련계획(안)’이라는 보도자료다. 제주도는 이 보도자료에서 고씨주택 2동을 포함한 5개의 건물을 함께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갑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6월에 다다른다.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기자는 고씨주택 문제를 끄집어냈다.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이 한창 진행되면서 건축물이 하나 둘 헐리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당시 기자가 본 고씨주택은 ‘한일절충식’의 특이한 건축물이었다. ‘적산가옥’이라면 일제의 숨결이 가득해야 하지만 이 주택은 서로의 장점을 혼합한 건축물로, 보존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당시 <미디어제주>가 최초로 보도(본보 2014년 6월 17일자)를 했고,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살아나게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만 가중됐다. 한창 진행되는 탐라문화광장은 모든 걸 쓸어버리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고씨주택만 달랑 남는 무척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될 우려가 제기됐다. 기자는 다시 펜을 들어 도시재생에 대한 문제점(본보 2015년 2월 12일자)을 제기했다. 고씨주택과 함께 이웃한 목욕탕 굴뚝의 가치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도시재생은 기억을 온존하게 보존시키는 것으로, 고씨주택과 함께 이웃한 건축물도 보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행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7일 보도자료에서 “고씨주택 및 목욕탕 굴뚝 등에 대한 활용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며 사고의 전환이 있었음을 밝혔다.

사고의 전환이란, 기존의 파괴되는 형태의 도시재생을 접겠다는 의미이다. 제주도는 마치 자기 고백처럼 말한다. “지금까지 허물고 새로이 짓는 물리적인 개발방식을, 민선 6기 들어선 이후 개발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도시재생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쓰고 있다.

그동안 도심은 해체되고, 사라졌다. 예전에 있던 기억들은 깡그리 없애고, 마치 점령군과 같은 건축물이 들어서곤 했다. 7일 보여준 제주특별자치도의 의지는 이젠 그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제주도가 목욕탕 굴뚝도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은 탐라문화광장 조성 지구에 포함된 목욕탕 굴뚝.

고씨주택과 함께 보존될 건축물은 금성장·녹수장·유성식품 등이다. 제주도는 활용방안에 따른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이들 5개의 건축물이 공공건물이 됐기에, 도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지난주에 아라리오 뮤지엄의 김창일 회장이 고씨주택 등을 활용한다고 언론보도가 된 적이 있다. 기자의 뒤통수를 치는 보도였다. 기자는 공공건축물을 개인이 쓸 수 없다고 문제를 삼아 보도(본보 2015년 4월 3일자)했다.

김창일 회장은 정말 고씨주택을 개인 것으로 활용하려고 할까. 마침 고씨주택 활용방안에 대한 보도자료가 나왔길래 도청 담당자에게 “고씨주택 등을 개인에게 관리하도록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여기서 개인이라면 아라리오뮤지엄이다. 기자는 아라리오뮤지엄을 콕 집어 얘기했다. 도청 담당자는 단호하게 “아니다”고 했다.

도청 담당자의 말을 믿는다. 공공자산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 이제 고씨주택을 포함한 몇몇 건축물은 도민의 품, 시민의 품으로 넘어왔기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탐라문화광장을 드나들 그런 기대를 해본다. 그 기대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도청 담당자가 확인해줬기에 그렇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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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는 개발 그만 2015-04-08 09:35:20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을 이제는 그만하고 있는 건물 잘 보존하고 잘 고쳐쓰면서 제주시가 정체성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건물들끼리도 서로 잘 어울리게 경관에도 신경쓰는 그런 개발이 필요합니다.

부수는 개발 그만 2015-04-08 09:32:07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을 이제는 그만하고 있는 건물 잘 보존하고 잘 고쳐쓰면서 제주시가 정체성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건물들끼리도 서로 잘 어울리게 경관에도 신경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