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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껴안아보세요. 그게 화해이며 상생입니다”
“친구를 껴안아보세요. 그게 화해이며 상생입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4.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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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4.3명예교사제 첫 운영…강춘희 할머니가 전하는 ‘4.3’
4.3 명예교사인 강춘희 할머니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아라초 어린이들.

4.3의 아픈 기억. 과연 제주지역의 어린이들은 4.3을 어떻게 기억할까.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4.3평화인권교육’. 제주도교육청은 4.3평화인권교육을 진행하며 명예교사제도를 도입했다. 명예교사는 모두 17명으로, 이들은 4.3 유족이다.

제주도교육청이 4.3 유족을 명예교사로 도입한 건 학생들에게 4.3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유족을 통해서 듣는 4.3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6일 아라초등학교. 시청각실엔 4학년 3개반이 명예교사로부터 4.3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날 명예교사로 나선 이는 교사 출신인 강춘희 할머니다. 올해 70을 맞은 강춘희 할머니는 4.3 당시엔 세 살배기 젖먹이였다. 그는 비록 4.3에 담긴 기억은 없지만 4.3 유족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와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4.3 이야기를 풀어갔다.

주정공장이니, 어린이와 여성들도 4.3의 테두리에서 혹독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들은 어린이들은 강춘희 할머니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강춘희 할머니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젖먹이 엄마는 주정공장에 잡혀 가고, 애는 배고파서 울어대니 감시하던 사람이 시끄럽다고 몽둥이로 때렸어요. 그 자리에서 아기 엄마는 기절하고, 우는 아기는 뼈가 부러졌어요. 그 아기는 허리뼈를 다쳐 3살쯤 돼 죽었대요. 그 때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요.”

강춘희 할머니는 자신과 관계된 이야기도 들려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행방불명 된 상태이고, 주변엔 그를 돌봐줄 이들이 없었다. 그나마 자신의 할머니가 그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

“4.3과 관련된 사람들은 공무원을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죽은 것처럼 신고를 하게 됩니다. 저는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하지만 당시엔 연좌제라는 게 있어서 교사가 되려고 하니 그게 걸린 거죠. 경찰서에 몇 번을 갔다 왔고, ‘이 사람은 교사가 돼도 괜찮다’는 보증을 고교 담임이 해줬어요.”

강춘희 할머니, 아니 이날은 어린이들에게 4.3을 배워주는 교사의 심정으로 자리에 섰다. 그래서인지 아픔만이 아닌, 화해와 상생의 이미지를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옆에 있는 친구들끼리 껴안아보세요. 두 손도 잡아보세요. 우린 서로 이해하며 나가야 해요. 이게 바로 용서이고, 화해라는 겁니다. 할머니가 어릴 때 4.3을 입 밖에도 내지 못했으나 정부가 잘못을 사과하고, 국가 추념일로도 지정이 됐어요. 다들 용서하고 도우면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강춘희 할머니는 30분가량 4.3 이야기를 들려줬다. 짧았지만 학생들에겐 긴 여운이 됐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왜 마을사람들이 공격을 받았어요?” “왜 사람을 잡아갔어요?” “밤에만 쳐들어 왔나요”

김준현 학생도 손을 열심히 들었지만 너무 많은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서 그에게 순서가 오질 않았다. 김준현 학생은 “어릴 때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4.3 명예교사제를 본격 시행한 첫 해.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은 4.3 명예교사가 왜 있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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