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강우일 주교 “무한경쟁 사회구조, 갈수록 죽음의 문화 키울 뿐”
강우일 주교 “무한경쟁 사회구조, 갈수록 죽음의 문화 키울 뿐”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4.0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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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대축일 사목서한 “내 안에 죽음 수락할 때 예수님 부활에 동참할 수 있어”
강우일 주교가 부활대축일 사목서한에서 무한경쟁의 한국 사회구조가 죽음의 문화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4.3추모미사에서 강론 중인 모습.

강우일 주교가 한국 사회의 보수·진보 진영, 자본가와 노동자 등을 향해 “적의와 대결의 갑옷을 벗어버려야 한다”면서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의 가르침을 전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5일 부활대축일 사목서한을 통해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을 허락하신 까닭은 당신을 미워하고 모함하고 단죄하고 고발한 사람들을 수락하시기 위함이었다”면서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그들을 저주하지 않고 모두 용서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던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을 상기시켰다.

이어 강 주교는 “세상은 오늘도 많은 이들이 차별과 배척, 증오와 저주, 단죄와 대결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서로에게 고통을 주며 어둠의 포로가 되어 산다. 수난과 죽음을 통해 부활로 나아가는 예수님의 길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주교의 비판은 가장 먼저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과 장비,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선진국들을 향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전투에 나서는지, 무엇이 그들을 목숨 건 싸움터로 몰아내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해소하기보다 이미 전투에 나선 사람들만 대적하려 하기에 폭력과 복수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그는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만 선발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탈락시키는 무한경쟁의 사회구조가 갈수록 죽음의 문화를 키워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그는 “오늘 죽음의 문화를 치우고 생명의 잔치를 벌이려면 예수님과 함께 모든 종류의 적의와 대결의 갑옷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했다.

그는 먼저 자신이 보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과 달리 진보에 가까운 사람들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국민이고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자녀임을 기억할 것을, 진보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수쪽에 가까운 사람들도 같은 민족이고 하느님이 그들을 위해 매일 해를 비추시고 비를 내려주고 계심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예를 들기 시작했다.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재산으로 회사를 일군 자본가에게는 “어떤 기업도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고 노동은 자본에 우선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박봉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에게는 “노동의 대가는 금전만이 아니라 땀흘려 일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소중한 하느님의 선물이, 경영자는 척결해야 할 노동자의 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가정 안에서의 갈등에 대해서도 그는 며느리가 자신만 아는 철부지, 게으르고 위아래를 모르는 젊은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 며느리도 친정 부모에게는 손에 물 묻히게 하기 싫고 언제까지나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귀중한 자식”이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권을 권했다.

또 시부모에 대해 심술궂고 욕심 많은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며느리에게는 “자신의 배우자를 수십년 사랑하고 양육하고 공짜로 키워주신 분, 배우자가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지고 있는 분들”이라고 자신의 부모처럼 공경할 것을 당부했다.

사목서한의 말미에서 강 주교는 “내가 먼저 예수님과 함께 내 안에 죽음을 수락할 때 예수님과 함께 부활에도 동참할 수 있으며, 내 이웃을 위해 지금 작은 죽음을 거듭 받아들일 때 주님의 큰 생명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면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용서하십시오’라는 에페소서의 성경 구절의 가르침을 되새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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