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의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 외면, “왜?”
역대 대통령의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 외면, “왜?”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4.0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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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2006년 故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
박근혜 대통령 ‘4.3 완전한 해결’ 공약, 반쪽짜리로 전락
지난해 처음 국가추념일 행사로 치러진 제66주기 제주4.3사건 희생자 추념식 행사 때 모습.

다시 4월이다. 이맘때의 제주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은 물론, 오름과 곶자왈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제주 섬을 수놓는다.

필자가 처음 4.3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국어 선생님께서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줄거리를 들려주었고, 갓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선배가 적어준 메모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제주 출신도 아닌 그 선배가 나에게 준 메모에는 “현기영, 현길언 소설도 많이 읽고 이산하 詩도…”라고 짧게 적혀 있었다. 정작 제주에 살고 있었으면서 4.3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기억을 돌이켜 보면 4.3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지난 1일 열네번째 마당까지 이어진 4.3 증언 본풀이에 나온 후유 장애인이나 유족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자식들에게조차 한 맺힌 기억을 꺼내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다.

이 좁은 제주 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를 이어 살아오는 동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없었던 사연들을 얘기하자면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그것도 당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살아 있는 동안의 얘기다.

지난해 처음으로 제주4.3이 국가 추념일이 됐지만, 지난해에도 올해도 대통령은 4.3 추념식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3 60주기를 기점으로 유족들과 4.3 관련 단체, 정당 및 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희생자들과 도민의 명예 회복을 위해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호소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은 지난 2006년 故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당시 주요 공약이었던 ‘4.3의 완전한 해결’도 지난해와 올해 추념식 불참으로 사실상 반쪽짜리 공약으로 전락하게 됐다.

4.3 희생자 재심사 논란 때문에 대통령에게 참석을 건의하지 못했다는 행정자치부 관계자의 말대로 박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사유가 일부 보수단체의 ‘4.3 흔들기’ 때문이라면, 한 유족회 임원이 들려준 이 한 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

“‘불량위패’ 운운하는데, 당시 주도세력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위패를 내려야 한다면 4.3 때 무고한 사람들을 수없이 죽이고도 지금 충혼묘지에 묻혀 있는 이들도 다른 데로 옮기자고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이미 67년 전, 그 이념 때문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데서 ‘화해와 상생’이라는 교훈의 참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국민 대통합’은 영원히 공허한 헛구호로 남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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