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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춘기와 잔소리
[기고] 사춘기와 잔소리
  • 미디어제주
  • 승인 2015.03.12 16: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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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기획예산과 고관혁
서귀포시 기획예산과 고관혁

대화는 상호 소통이다. 일방적 대화는 잔소리다. 잔소리도 대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단절하고 싶은가. 그러면 계속 잔소리를 해라. 즉효다.

아들 중학교 입학식 전날이었다. 늦은 밤. “지금 몇 시?”라고 아들이 자꾸 묻는다. 긴장 했는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가 일찍 자야지, 하고 채근해도 아들 두 눈은 여전히 말똥이다.

간호사인 아내가 야근을 마치고 돌아왔다. 놀랜 아들이 후다닥 잠자는 모션을 취한다. 파르르 떨리는 눈을 귀신같이 아내가 알아채고 잔소리를 한다.

“아직까지 안자고 뭐해? 입학식부터 지각하려고? 이제 중학생인데 언제까지 늦잠 잘래?”

아들은 뾰로통한 얼굴로 휙 돌아누우며 머리위로 이불을 뒤집어쓴다. 제 딴에는 최고의 반항이다. 아내는 알까? 하나 뿐인 아들이 곧 사춘기에 접어든다는 사실을.

자녀교육 전문가는 중학교 1학년 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사춘기가 접어들 시점이기 때문이다. 사춘기에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민감하다. 그렇기에 부모의 가벼운 지적에도 자녀는 반항으로 맞선다.

부모는 자녀의 사춘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순종하던 어릴 때 모습만 회상한다. 그리고 변했다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결과는 뻔하다. 방문 쾅. 대화 단절이다.

사춘기 자녀가 날카로운 까닭은 감성이 최고조에 오르는 시기라서 그렇다. 음악에 가장 몰입하는 때이기도 하다. 인간관계를 넓히고 영적 신비감에도 호기심을 갖는다. 이때 부모의 대화방식이 중요하다. 소통을 위한 수평적인 눈높이가 효과적이다. 강압적 메시지 전달보다 이해의 포용력을 높여야 한다.

아들을 재우고 아내와 사춘기 수용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아내도 훈계성 잔소리를 주의하리라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화가 덜 풀린 얼굴로 아들이 식탁에 앉아 있다. 그 앞으로 아내가 앉는다. 아들이 밥을 뜨자, 아내는 말없이 수저에 반찬을 올려준다. 그리고 찡긋 윙크하며 미소로 말한다.

"화~ 풀어라. 엄마가 잘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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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2015-03-13 09:29:05
좋은 글이네요.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늘 까먹고 애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새삼 반성이 되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네요. 오늘부터 애들에게 잔소리를 줄이고, 대화로 소통하는 엄마가 되보자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