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37 (금)
콘셉트 플랜 1991
콘셉트 플랜 1991
  • 이정민
  • 승인 2015.03.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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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의 싱가포르 도시계획 이야기] <7>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역사 ③

1. Concept Plan 1991 추진 배경 및 비전

1.1. 콘셉트 플랜 1971의 성과

모든 계획은 시대적 여건 변화에 맞게 환류(feedback)가 이루어질 때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계획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콘셉트 플랜 1971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추진되었다. 모든 개별적인 토지에 대한 도시계획을 정하는 계획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싱가포르의 발전을 위한 토지이용과 교통에 대한 전략적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계획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한 또한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콘셉트 플랜에 제시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획수립에 참여했던 도시재개발국은 1974년 4월 1일 우리나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Korea Land and Housing Cooperation)와 유사한 법정 기관인 도시재개발청(URA: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으로 독립・승격하게 된다. 이 기관이 싱가포르 전 국토에 대한 도시계획과 개발사업 계획 승인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조직개편과 최초 콘셉트 플랜의 지속적인 추진 때문에 콘셉트 플랜 1981은 작성되지 않았다. 1967년부터 1989년까지 22년 동안 URA는 중심지역 재개발을 위해 184 헥타르의 토지를 철거 후 매각했고, 총 155개의 재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서 허름하고 과밀했던 중심지역은 현대적인 금융・비즈니스 허브로 변모할 수 있었다.
국제연합 개발계획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수립한 콘셉트 플랜 1971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국제금융센터 기능을 연착륙 시키면서 싱가포르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아시아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싱가포르가 처음으로 거론되었다. 1971년 4,856 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0년이 지난 1981년 9,933 달러로 급격히 증가했다. 1988년에는 13,492 달러가 되었다.
1970년 200만 명이던 인구는 1990년 300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 당시 싱가포르는 급격한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출산억제 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소득수준이 늘어나면서 국민들은 여가와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싱가포르는 세계도시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도시형 창조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요구하는 고급주택과 고급 문화예술 수요 또한 충족시켜야만 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1979년에 13억 싱가포르 달러를 투입했지만, 1989년에는 43억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여가・스포츠・문화시설에 대한 새로운 개발전략이 마련되어야만 했다.
콘셉트 플랜 1971에서 계획되었던 중심지역과 서부지역을 연결하는 코리더(corridor) 계획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성공으로 또 다른 코리더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즉, 싱가포르의 지속적 성장과 첨단산업, 정보기반 산업과 같은 새로운 산업 유치를 위해 더 많은 토지를 마련해야만 했다.

1.2. Concept Plan 1991 비전 및 목표

정치적인 환경은 안정이 되었고, 사회・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함으로써, 기존 콘셉트 플랜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하였다. 콘셉트 플랜 1991 서문에서 당시 S. Dhanaban 국가건설성(MND) 장관은 “싱가포르 독립 후 25년 만에 60년 대 슬럼에서 최신의 번영하는 대도시로 변모하였다. 이제 인구 400만 명이 되는 싱가포르를 위해 향후 25년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콘셉트 플랜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녹지공간, 여가 및 문화시설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의 25년(The Next Lap) 동안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질을 양적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 계획의 별칭이 ‘다음 세대에 우리의 삶(Living the Next Lap)’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의 표지에 싱가포르가 추구해야 할 비전이 명시되어 있다. 그 비전은 바로 “Living the Next Lap towards a Tropical City of Excellence(다음 세대에서는 열대의 우월성을 지닌 도시에서 살기)”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장・여가・문화・상업이 균형을 이루는 도시, 자연과 수변공간이 어우러진 도시, 우아한 도시를 추구했다.
 

2. 계획의 주요 내용

2.1. 개발가이드계획(DGP: Development Guide Plan) 도입

콘셉트 플랜 1991은 기존 마스터 플랜 1985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중심지역계획구역, 도시계획구역, 기타 구역으로 나누던 것을 5개 권역 55개 계획지구로 구분하였다. 개발가이드계획은 콘셉트 플랜에서 제시된 장기 토지이용과 개발전략을 지역수준에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그림 1. 5개의 권역과 55개의 DGP 지구. (자료 : www.ura.gov.sg)

콘셉트 플랜 1991이 수립되고, 55개 계획지구에 대한 개발가이드계획이 마무리될 때까지 마스터 플랜에 대한 재정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획지구는 타운센터가 포함되고 인구 15만 명을 기준으로 구획되었다. 상업센터를 중심으로 세부지구로 구분되도 한다. 계획지구나 세부지구의 면적 크기는 토지이용용도나 중심지역(Central Area)과의 거리 등에 따라 달라지고, 고속도로, 강, 주요 공개공지 등의 경계를 기준으로 구역 경계가 결정된다.
1998년이 되어서야 55개 계획지구에 대한 개발가이드계획이 마무리되어, 마스터 플랜 1998에 반영되고, 1998년 이후부터 개발가이드계획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림 2. 1990년대 URA의 도시계획 접근방식. (자료: Han(2005).Global city making in Singapore: a real estate perspective. Progress in Planning 64)

2.2. 경제적인 기능을 위한 강화하기 위한 전략(City for Business)
 

싱가포르의 경제적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city for business)을 살펴보자. 중심지역의 혼잡 완화와 직주근접을 위하여 상업업무 기능을 전역으로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Woodlands, Jurong East, Selerar, Tempines 네 곳의 지역거점센터를 개발하여 80만 명의 인구를 지원하는 센터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6개의 작은 하위 지역센터를 MRT역 인근에 조성하며, 제일 작은 규모의 주변센터(fringe center)를 도시의 가장 자리에 계획하였다. 이 센터의 위계별로 숙박 및 위락, 판매・식음료, 업무 용도의 비율이 달라지도록 했다.

그림 3. 중심지역 외 상업지역 위계. (자료: URA(1991). Living the Next Lap)

목표연도까지 세계도시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중심지역의 마리나 사우스(Marina South)를 뉴 다운타운(New Downtown)으로 개발하며, 싱가포르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Jurong과 Seletar 2개의 기술개발 코리더 구상이 마련되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인근의 첨단과학기술단지와 One-North 설치 구상이 이 시기에 마련된 것이다. 싱가포르 생활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계획이다.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산업단지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계획하였다. 예를 들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종교활동을 위한 예배당은 필수시설이 되고 있다.

그림 4. 기술 코리더 구상. (자료: URA(1991). Living the Next Lap)

2.3. 주거환경 및 문화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City for Living)

이 계획에서는 보다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외국인 도시형 첨단산업(금융, 보험, 부동산, 정보처리업 등) 노동자들의 수요와 자국민의 소득수준 향상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수변에 방갈로, 콘도미니엄 등 고급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주거단지 인근에 충분한 공원과 학교, 병원 등과 같은 시설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하였다.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Sembawang, Kangkar, Punggol 등에 새로운 뉴타운을 Seletar, Tengah, Lim Chu Kang, Sugel Kadut에 주거단지를 확장하며, 부족한 주거공간 해결을 새로운 뉴타운 부지는 동북부 지역 해안을 매립하는 것을 계획하였다. 새로운 주거단지는 대규모로 개발되기 때문에 뉴타운 센터까지는 MRT가 아닌 LRT로 연결토록 계획되었다.
중심지역(Central Area)에도 복합개발 형태로 주거용도를 수용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Orchard와 Newton 계획지구에서 주거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고, 새롭게 조성된 New Downtown 계획지구는 공원과 넓은 공공공지를 조망할 수 있는 고급 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싱가포르 주민들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개발청(HDB) 아파트의 경우에도 국민의 소득증가에 맞추어 주택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그림 5. HDB 아파트의 외관 및 평면의 고급화. (자료 : URA(1991). Living the Next Lap)

인구증가와 세대당 가족 수의 급감으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매립지 등을 신규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계획 또한 수립하였다.

그림 6. Concept Plan 1991에 제시된 공연장 모델(좌), 실제 건설된 Esplanade 모습(우).

그동안 부족한 싱가포르의 문화시설을 마리나 베이에 싱가포르를 상징할 수 있는 공연장을 건립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고, 기존 칼랑 극장과 빅토리아 극장 또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나갈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문화예술인력 풀을 넓히기 위해 역사문화보전지구내 빈 건물이나 점포를 예술인들에게 임대하여 소규모 공연장이나 공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역거점센터 및 하위 지역센터별로 문화시설을 확보해 나가도록 콘셉트 플랜 단계에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2.4. 녹색도시 전략(City with Nature)

녹색도시와 섬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기존 그린 앤 블루 플랜(Green and Blue Plan : 쾌적한 녹색의 자연과 푸르른 환경을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림 7. Green and Blue Plan. (자료: URA(1991). Living the Next Lap)

또한 주거단지 주변에 더 많은 공원과 공개공지를 조성하여 서로 보행자 도로나 자전거도로로 연결하며, 중앙저수지와 같은 자연자원 보전지역을 최대한 보전하고, 이 지역 종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는 범위에서 여가공간으로 활용하도록 계획하였다.
싱가포르 도시미를 증진시키기 위해 수립된 Green and Blue 플랜에는 다음 여섯 가지 공개공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① 망그로브(mangrove) 서식지, 저수지 주변 밀림과 같은 자연자원 공개공지, ② 권역내 중심공원, 지구내 공원 등과 같은 주요 공원 및 정원, ③ 종합운동장, 골프장, 어드벤쳐 파크, 야영상과 같은 운동・여가시설, ④ 주요 공원, 여가공간을 연결하는 녹지축, 도시화된 지구를 구분하는 그린벨트와 같은 경계를 구분하는 공개공지, ⑤ 인구 2~30만 명의 동네를 구분하는 내부 녹지축과 동네와 동네를 연결하는 자전거 혹은 보행자 전용도로와 같은 내부 녹도와 연결축, ⑥ 군사 훈련장 시설과 농지와 같은 기타 공개공지 등으로 구분했다.
싱가포르 강, 칼랑강과 같은 강은 수변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개발하여 시민들의 수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2.5. 여가 공간 확보 전략(City for Leisure)

싱가포르는 부족한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매립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열대 섬으로서의 이미지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열대 섬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인공 비치와 마리나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림 8. 사용기간이 만료된 채석장을 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 물이 없을 경우에는 암벽 등반 등 어드벤처 파크로 활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음. (자료: URA(1991). Living the Next Lap)

또한 기존 채석장을 활용했던 곳을 암벽 등반 등 어드벤처 테마파크로 계획을 했으며, 뉴타운 중심센터 내에 다양한 문화・여가・스포츠・위락 공간을 설치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부족한 운동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공원과 공원을 연결하는 구간은 모두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하며, 부족한 수영장, 테니스코트, 골프장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6. 교통전략(City on Move)

교통 부문(city on the move)에서는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육상교통체계를 확장하고, 특히 지역을 연결하는 신규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마련되었다. 새롭게 조성되는 뉴타운이나 지역거점센터까지 MRT 노선을 확장하고, Punggol, Senkang과 같은 지역거점센터에 MRT를 보완하기 위해 경전철을 건설하는 구상을 마련하였다.

그림 9. 지역센터와 대중간선교통망. 빨간선은 순환형이고 보라색은 방사형 대중교통망. (자료: URA(1991). Living the Next Lap)

또한 도서지역을 연결하는 페리 노선을 확충하고, 자전거를 친환경 교통수단의 하나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전략이 제시되었다.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동차 진입이 금지되는 보행자전용구역 설치 계획 또한 수립되었다.

3. 마치면서

콘셉트 플랜 1971에서는 세계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획이었다면, 이 계획은 종전 계획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삶의 질 문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기능의 문제, 문화・여가・공간에 대한 문제,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 등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계획을 수립할 당시 목표연도를 3단계(2000, 2010, 400만이 되는 해)로 구분했다. 싱가포르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계획이 수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인구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림 10. Concept Plan 1991. (자료: URA(1991). Living the Next Lap)

이전 계획이 싱가포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물리적인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이었다면, 이번 계획은 높아진 싱가포르 국민의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수립되었다. 이 계획과 더불어 싱가포르 정부는 국제예술도시로 싱가포르를 육성하기 위하여 르네상스 시티 플랜(Renaissance City Plan)에 착수하였다. 정부 부처간 협조를 통해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산업단지, 주거단지 계획 또한 콘셉트 플랜의 내용에 따라 정책방향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분은 추후에 다루기로 한다.

 

<프로필>
1989.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입학
2002.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과(공학박사)
1995. 국토연구원 연구원
2003.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원
2004∼2006. 2011. 제주대학교 시간강사
2006∼2014.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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