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4:18 (수)
예산전쟁 “급한 불은 껐지만… 갈등 불씨는 여전”
예산전쟁 “급한 불은 껐지만… 갈등 불씨는 여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3.02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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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원희룡 지사 “의회에서 증액은 안된다”는 논리의 위험성
 

지난해부터 해가 바뀌면서까지 예산 갈등을 빚어온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과 제10대 제주도의회가 원만한 추경예산안 처리에 전격 합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도 집행부와 의회가 추경예산 처리를 위한 임시회를 하루 앞두고 지난 일요일 오후에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갈등을 봉합하게 된 것과 관련, 구성지 의장은 ‘설 민심’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2일 오후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도 구 의장은 이 부분에 대해 “지난 설 명절 때 민심은 모든 정쟁을 멈추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라는 것”이라면서 “이번 추경예산안은 도정과 의정간에 상생의 동반자 관계를 회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개회사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의회 내부의 분위기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2일 본회의 시작에 앞서 열린 전체 의원 간담회에서는 공동기자회견문 문안에도 없었던 내용을 “의회에서 증액이 없도록 하겠다”고 구성지 의장이 약속한 데 대해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원희룡 지사는 이번 추경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의회에서 증액은 원칙적으로 안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고 구성지 의장도 1일 회견 중 증액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번 추경에서는 증액 없이 심의할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이는 의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법에서도 의회에서의 증액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이지 의회 증액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약 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증액을 전혀 없도록 하는 대신 편성 단계에서부터 의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예산을 짜도록 한다고 할 경우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몇몇 의원들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해 “결국 의원들이 자신의 공약 사업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을 반영하려면 관련 사업부서와 예산부서에 가서 싹싹 빌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예산 편성권을 쥐고 있는 도 집행부에서는 ‘의원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를 악용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 도정 시절 집행부 공무원들 사이에 “모 의원은 ‘××× 장학생’”이라는 등의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 지사가 수차례 지적했던 의회에서의 ‘묻지마’식 선심성 증액은 물론 사라져야 할 관행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회에서 증액은 원칙적으로 안된다”고 하는 그의 초법적인 발언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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