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54 (금)
제주도를 더 이상 대권으로 가는 정거장으로 이용하지 말라
제주도를 더 이상 대권으로 가는 정거장으로 이용하지 말라
  • 장정애
  • 승인 2015.02.25 11: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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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애의 제주 주권 칼럼] <2>

최근 개최된 '제주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경제 대 토론회'에 다녀왔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창조·협력·생태·포용 등의 미래지향적 슬로건을 내건 토론회로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토론회였다. 특히 원희룡 도지사가 좌장으로 사회를 보는 토론회였던 만큼 현재 제주도정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해 주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대가 무색하리만큼 부실한 내용과 무책임한 담론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과연 도정과 그 책임자가 과연 제주도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과 관심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몹시 회의적인 회한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는 미래에 대한 염려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다.

이 토론회의 난맥상은 내용과 형식에서 공히 나타났다. 토론회라는 타이틀과는 무관하게 발제자들의 일방적인 자기과시적인 발제로 일관하고 전혀 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좌장의 무원칙한 진행으로 인해 전혀 토론이 없는 일방적인 발표회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특정 발표자에게는 다른 발표자와는 달리 필요 이상의 시간적 특혜를 주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진행적 파행이 있었다. 이 덕택에 말미에 질문과 토론을 위하여 수 많은 참석자들이 발언의 기회를 얻기 위하여 거수로 의사표명을 하였음에도 이는 거의 모두 무시되기에 이르렀다.

보다 더 큰 문제는 형식적이고 상투적이며 작위적인 내용 구성에 있었다. 도내에 산적한 민생현안의 실태를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찾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실태를 전혀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현시적인 보여주기식의 피상적인 발표가 일관되었다. 농민들에게 직불금을 지급한 자신의 의정치적을 자랑하는 내용 일색이었던 모 의원의 발표를 들으면서 농산물 가격 폭락과 실패한 농정을 개탄하는 농민의 한숨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양배추에 이어 감귤값 폭락에 싸늘해진 농심은 “도정은 대체 무엇을 하느냐”는 한탄을 하고 있는데 그 안타까운 농심이 그에게는 먼나라의 목소리 정도로 치부되었는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제주의 난개발과 자연파괴를 걱정하는 제주도민의 염려를 무색케 하듯이 도외에서 온 어느 발제자는 제주의 난개발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전봇대와 전선줄이라는 기상천외한 농담투의 발언을 하였고 이를 듣는 제주 도백은 유쾌하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하였다. 현재, 도내의 자연파괴 실태와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골프장과 리조트로 인한 난개발에 대하여 도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데에도 이러한 천박한 농담에 도백의 호탕한 웃음이 나오는가 하는 반문을 하며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특히 리조트와 골프장의 하수처리가 환경친화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제주도 근해 바다의 오염과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홍조류와 녹조류, 갈조류 등의 해조류가 더 이상 고루 생장하는 못 하는 해양 오염까지 촉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은 제시되지 못 한 지 오래 되었다. 이는 도정이 반드시 시급하게 그 방안을 찾아야 할 중대한 현안과제 중 하나이다.

또한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지극히 원론적인 내용의 발제에 이르러서는 이 토론회가 누구를 위한 토론회인가, 더 나아가 무엇을 위한 토론회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되었다. 도민과 제주도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토론회인가 아니면 도민을 도정을 외면한 채 도지사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정치쇼인가 하는 회한을 가누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도와 도의회 간의 추경안 기싸움으로 인해 도와 도의회간의 이 예산안 전쟁이 이리도 오랜 시간 도정의 발목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도민들은 무척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만일 도지사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한 목표에서 도의회의 기에 눌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면 이는 도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바람직한 선택은 결코 아니다.

제주도의 도백이 도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대선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탄다면 이는 환영할 일일 수 있다. 왜냐, 원회룡 도지사는 그간 꾸준히 대선의 잠재적인 주자로 인구에 회자되어 온 제주도의 귀중한 인적 자산이며, 제주도 출신의 지사가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된다면 이는 분명히 기쁜 일이다. 이를 반대하거나 방해할 도민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도정을 대선으로 가는 발판으로 활용한 나머지 도민의 민생을 외면한다면 이는 도정도 대선도 실패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민들은 지금 그 점을 염려하고 있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캐나다 매길대 불어불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문학박사
KDI 국제정치학 석사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 박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교수(전)
세계선거기관협의회 리서치팀장(전)
한국정치학회 민주시민교육 분과 위원장(전)
새희망제주포럼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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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 2015-02-25 11:38:22
아주 명쾌한 해설이네요 더 좋은 글 기대합니다.

weqwwqe 2015-02-25 18:09:04
제주인의 대통령이 되는것이 제주인에게는 무한한 영광이다 이제까지 설움만받고살았는데 더이상 제주인을 비판하지 마라 그길이 대권도전 과정이라면 더욱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