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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파괴한 부영, 이제 와서 잘 봐달라고?
문화를 파괴한 부영, 이제 와서 잘 봐달라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1.28 10: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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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도민 목소리 무시하던 부영의 시내면세점 진출 계획을 보며
2013년 3월 6일 파괴되고 있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2013년 3월 6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게다. 당연하다. 2년전이니까. 시간의 흐름은 기억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무슨 날인지 얘기하겠다. 2013년 3월 6일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파괴된 날이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세계적 건축 거장인 멕시코 출신 고(故)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건물이 가치가 있는 건 그가 직접 현장을 지휘했다는 점에 있다. 레고레타는 물과 빛, 색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색상은 원색이기에, 그 색을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 파괴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레고레타가 강조하는 색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금은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수차례 그곳을 들렀던 기자로서는 아직도 그가 남긴 강렬한 색을 기억하고 있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2층 내부 모습.

서두가 길었지만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끄집어낸 건 해야 할 말이 있어서다. 바로 그 건축물을 파괴한 장본인이 ㈜부영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건축물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2012년 한 해를 관통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만도 80차례 썼다. 그럼에도 부영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당시 부영은 도정을 등에 업고, 건축물 파괴를 밀어붙였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보존에 기자만 거기에 관심을 둔 건 아니었다. 제주도내 문화계,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보존’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내에서만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를 꺼낸 건 더더욱 아니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인들도 보존에 한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위관리도 보존에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그 건축물은 지금 만날 수 없다. 부영은 그런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했다. 문화는 한 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다. 만일 그 건물이 지금 서귀포 땅에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명물이 됐을 건 자명하다. 부영은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그런 부영이 이제 와서 시내면세점을 열겠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내면세점을 할테니 기자들을 향해 ‘잘 봐달라’고 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잘 봐줄 수 없다. 도민의 목소리는 죄다 무시한 부영이 이제 와서 제주도 땅에 거대한 시내면세점을 만들겠다면 누가 찬성을 하겠는가.

파괴되기 전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부영이 시내면세점에 목을 매는 이유는 있다. 도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 현재 도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원이 넘는다. 1조원은 한 해 감귤 매출액을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1조 가운데 롯데와 신라 등 2곳의 시내면세점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6000억원이 넘는다. 답이 딱 나오지 않는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문화파괴자인 부영은 자기반성이 없다. 자기반성도 없이 제주도라는 신성한 땅에서 마음대로 자기들 할 것을 하려 한다. 정말 시내면세점을 하고 싶다면 제주도민을 향해, 제주도 땅을 향해 철저한 자기반성을 먼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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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nemanz 2015-02-09 19:21:36
부영은 망하는 게 좋다

제주인 2015-01-31 10:17:03
정말 말도 안 나오네요

모슬포사랑 2015-01-28 22:26:41
정말 가슴이 미어지네요 우리는 문화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어져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