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실효성 논란 재의 요구, “추경 편성보다 더 급했나?”
실효성 논란 재의 요구, “추경 편성보다 더 급했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1.20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窓] 제주도 재의요구 27건 중 9건이 국제화 및 국외업무 여비 ‘논란’
19일 제주도가 삭감된 예산의 재의를 제주도의회에 요구한 것과 관련, 도민사회의 조기 추경 편성 요구를 뒤로 한 채 실효성도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4일 본희장에서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제주도의회의 대규모 예산 삭감에 대해 제주도가 19일 결국 ‘재의 요구’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해 연말 도의회가 당초 도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1682억여원을 대거 삭감한 후 20일만에 내놓은 도의회에 공식적으로 재의 요구 건을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도민 사회 각계에서 조기 추경 편성 요구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곧바로 실효성도 없는 재의 요구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명시된 재의요구 절차에 따르면 집행부의 재의 요구 건은 본회의 날짜로만 계산해 1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본회의가 임시회 또는 정례회 시작과 말미에 두차례씩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5월 회기까지 질질 끌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물론 제주도가 재의를 요구한 사안에 대해 도의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한 후 심각하게 법령을 위반한 사안을 바로잡기 위해 조기에 재의 요구 건을 상정해 논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집행부와 의회간 냉각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이날 제주도가 재의 요구를 발표하면서 “재의 요구와는 별도로 민생경제 위축 및 지역경제 악영향 등 도민 피해가 우려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도의회와 협의를 통해 추경예산 편성으로 도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점을 보더라도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재의 요구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기 추경 편성을 통해 바로잡을 수도 있는 부분인데 굳이 재의 요구 카드로 의회를 자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주도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삭감 의결 내역’이라면서 재의를 요구한 27건의 사업 내역을 보면 선뜻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우선 27건 중 무려 9건이 국제화 및 국외업무 여비라는 점이 눈에 띈다.

혁신도시 시도관계 공무원 해외선진사례 견학(국제자유도시계획과) 223만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선진지 견학(산림휴양정책과) 120만원, 에너지담당 공무원 해외연수(에너지산업과) 500만원, 지역산업 해외마케팅 지원 국외업무 여비(통상정책과) 1250만원, 국제협력 및 팀제 훈련 과정 연수(농업기술원) 1070만원, 지도공무원 전문 해외농업 연수(농업기술원) 2000만원, 내부 정도관리 평가과정 연수 및 선진운영사례조사 국외업무 여비(보건환경연구원) 175만원, 세계자연유산 해설사 선진지 견학 인솔(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250만원, 지질공원 자매결연 국제교류 협력사업 추진 국외업무 여비(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1400만원 등이다.

이에 대해 의회 주변에서는 “아무리 국비 매칭 사업이라지만 외유성, 선심성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예산을 법령 위반 또는 공익을 해친다는 취지로 재의 요구한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원 지사와 도 집행부가 의회의 선심성 예산 증액을 문제삼으면서 ‘예산전쟁’으로까지 불거진 마당에 이같은 사업을 재의 요구한 데 대한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강정마을 주변지역 발전계획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범섬 해양공원 조성사업 14억9460만원, 서건도 해양레저공원 조성사업 3억1300여만원, 해양관광 테마 강정항 조성사업 10억9600여만원 등의 경우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구사항과는 별개로 추진, 도내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일찌감치 예산 삭감을 주장했던 사업들이다.

도의회에서는 일단 재의 요구가 공식 접수된 만큼 각 항목별로 재의 요구의 타당성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재의 요구 및 재의 요구 건 검토에 따른 도와 의회의 행정력 낭비에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도민사회의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전혀 실익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진정 ‘도민을 위하는 행정’이라면 도민사회 각계에서 조기 추경편성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거꾸로 도의회에 “살릴 예산 항목을 찍어주면 추경 편성을 검토하겠다”며 의회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재의 요구 카드를 꺼낼 것이 아니라 조기 추경 편성을 통해 도민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