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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체험·목공작업·미술체험 등 편안한 문화예술 공간 있는 곳”
“감귤체험·목공작업·미술체험 등 편안한 문화예술 공간 있는 곳”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5.01.1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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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34>‘이레숲’체험농장 박소영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체험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이레숲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소영 대표.

“아름답고, 예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체험하고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단순히 감귤만 파는 곳이 아닌 차도 마시는 카페 공간으로 차별화하고 싶네요. 편백나무 등을 이용해 목공작업과 미술체험도 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고 싶네요”

평화로를 타고 안덕면 덕수리 교차로를 지난 뒤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이레숲’체험농장이 나온다. 이곳 농장 주인은 박소영(39) 송용혁(38) 30대 후반 부부이다.

박 대표는 20살에 전남 광양에서 제주에 내려와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남편은 한라대 호텔조리과를 졸업한 일식 요리사이다.

제주시탑동에서 초상화를 그렸고, 미술방문지사를 운영하는 등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던 박 대표는 결혼하고 덕수리 체험농장에서 살다보니 이제 19년차 귀농인이 된 셈이다.

“원래 제각각 자기 일을 해오다 둘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죠. 우리 꿈은 서울 인사동이나 프랑스 프로방스처럼 문화예술 거리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그런 맘을 갖고 2011년에 남편 고향인 이곳으로 와 농사짓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현재 이 농장(2000평)은 시아버지가 1974년부터 가꿔 온 감귤원이다. ‘이레숲’이란 이름을 달고 체험농장으 문을 연 건 2011년부터이다.

노지감귤 궁천 조생을 철저하게 무농약으로 친환경재배하고 있다. 제주대학교산학협력단에서 지난 2012년 친환경 인증을 받아 이제 3년차가 됐다. 여름엔 블루베리도 800평가량 수확해서 팔고 있다.

당초 감귤창고로 쓰던 건물을 카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5년 째 고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둘이서 손수 개조하다보니 작업진행속도가 더디고 시행착오도 많다.

“감귤이 달려 있어 공사하면서도 수확도 하고, 손님을 받아야하기에 진행이 더뎌질 수밖에 없어요. 공사를 하려면 감귤이 익어서 중단하고, 여름엔 블루베리를 수확하다보니 그렇죠. 둘이 모두 이젠 ‘반 목수’가 된 것 같고, 조금씩 틀이 잡혀가는 걸 보면서 보람도 느껴요”

이레숲을 문화체험 농장으로 만들려는 송용혁. 박소영부부.

# “무농약·친환경 감귤 재배, 모두 직거래…감귤체험”

교육장은 2013년에 새로 지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장엔 미술관 같은 교육농장을 꾸미고 싶은 박 대표가 자신이 개인전시회 때 내놨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이곳에선 감귤체험, 미술프로그램과 요리프로그램 운영할 계획이다. 문을 연 뒤 감귤체험엔 한해 2000~3000명이 찾았다. 그래서 올해부턴 교육농장에서 학교교육과 연계된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농장에서 생산한 감귤은 모두 직거래로 팔고 있다. 감귤체험을 하러 왔던 고객들이 인연이 돼 서울·강원 등 전국적으로 나간다. 고객은 3000명 정도로 5㎏,10㎏단위로 나간다.

“저의 감귤은 친환경으로 재배해서 그런지 당도와 맛이 좋아요. 제초제를 쓰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관행재배보다 힘이 들지만 아이들 때문에도 친환경재배를 고집하고 있죠”

친환경재배를 하다 풀이 워낙 많이 자란다. 제초제를 쓰지 않고 직접 풀베기를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날씨가 더울 때 작업을 해야 하고, 장마철엔 풀이 너무 빨리 자라서 그렇다.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친환경제재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카놀라유, 계란 노른자. 유산균 등 많이 섞어 쓴다고 전한다.

체험교육은 아이들이 와서 농부가 돼보고, 화가가 돼보는 체험을 하도록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체험프로그램은 ‘못난이 귤 파이팅’이다. 못난이 귤은 겉이 매끈하지 않은 친환경재배감귤이다.

△ 못난이귤과 이쁜이귤 구분하기 △ 못난이귤과 이쁜이귤을 담을 박스를 예쁘게 꾸미고 포장하기 △ 농부가 되어 못난이귤과 이쁜이귤 판매하기 등을 주제로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순서에 맞춰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농부 마음을 알고, 다른 사람이 못난이 귤을 사랑해주고 팔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게 한다. 농부가 돼 팔아보고, 남들이 못난이 귤을 사가도록 소개하는 글을 쓴다.

“도내엔 체험농장이 상당히 많은데 너무 상업적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어요. 형태도 거의 비슷하고요. 그래서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데요. 단순히 농수산물만 팔지 말고자연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박 대표는 학교 수업과 연계된 프로그램, 단체나 가족 단위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상하고 있다. 자신이 하려는 프로그램은 작은 시작이기도 하지만, 감귤만 팔려고 농장을 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체험·캠핑 등 체류형 농장과 전시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문화체험공간으로 만든 교육장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많은 도내엔 유동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를 체류형으로 만들려고 해요. 체험하고 먹고 자고 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공간, 캠핑을 하면서 체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죠”

차별화를 위해 원예치료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처음엔 미술치료를 공부하려다 농장이다 보니 원예치료가 필요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원예치료사 교육을 받고 있는 박 대표는 제주의료원 정신병동과 치매병동에서 임상 실습을 하고 있다. 2년 과정으로 이론교육 4개월 중간에 실습, 시험 합격, 임상실습 60차례, 논문발표, 워크숍에 참석해야 하는 등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박 대표는 또 체험농장을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려하고 있다. 자신이 문화예술인이기 때문에 문화예술 공간이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제주도내에 문화관광 상품이 별로 없어요. 돌하르방 정도잖아요.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죠. 감귤나무나 삼나무를 가져다 목공작품을 만들려고 해요. 농장에서 손 냄새나는 상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제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는 과정이에요”

체험농장 운영을 친환경재배로 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또 재정적으로 힘든 게 현실이다. 게다가 꿈과 비전은 있는데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딘다고 한다. 더디니까 지치고 바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어려움과 고민도 함께 극복하려 한다.

“체험농장을 운영하다보니 감귤 가치를 너무 푸대접(?) 또는 과소평가하게 한다는 게 속상해요. 농장이아 SNS상에 관광 상품으로 너무 싸게 내놓아 감귤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어요. 감귤농사를 더욱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감귤축제 등에서도 그런 면이 아쉽죠”

체험농장을 단순히 판매위주로 가는 걸 경계한다. 예를 들어 체험 손님에게 예쁜 바구니도 주고, 퀴즈도 내고, 아이들을 통해 감귤이 소중함과 농부 마음을 전달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 농촌 안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가미하자는 주문이다

농장이름이 왜 ‘이레숲’일까. ‘가장 좋은 걸 예비하신 숲’ 또는 ‘하나님이 주신 숲’이란 뜻이다. ‘이레’는 기독교에서 ‘가장 좋은 걸로 예비하는 하나님’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한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고, 실패를 했다 쳐도 그건 실패가 아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게 박 대표 삶의 믿음이자 좌우명이다.

“교육장을 생태미술 학습장으로 쓰고 싶어요. 앞으로 계속 창작활동을 해야죠. 내 생애 처음 생긴 작업실이란 감동도 느꼈어요. 단순한 체험농장이 아닌,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팜 파티· 숲음악회를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건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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