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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민속마을 ‘구경하는 집’ 실상…“도민은 들어갈 수도 없어”
성읍민속마을 ‘구경하는 집’ 실상…“도민은 들어갈 수도 없어”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1.1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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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중국인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어…여기가 외국인 카지노냐” 반발
 

제주도 관광지의 부끄러운 민낯이 공개됐다.

제주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 곳곳에 민속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구경하는 집’이 실상은 장사를 위한 특산품 판매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달 제주시에 사는 고모(56·여)씨는 성읍민속마을 인근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민속촌을 둘러보려다 ‘구경하는 집’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제주도 사람은 다 아는 거라 볼 필요도 없고 단체객만을 받는 곳이라 들어올 수도 없을 뿐더러 굳이 보려면 다른 곳에 가라는 이유에서였다.

제주도와 시 등에서 운영하는 관광사이트 정보에 의하면 성읍민속마을은 옛 제주사람들의 생활터전이 그대로 유지되고 마을 주민들이 자진해서 가이드를 해주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돼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성읍민속마을은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마을 곳곳에 팻말로 ‘구경하는 집’이라 표시된 곳에 내려 마을을 여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행객들이 ‘구경하는 집’을 ‘구경할 수 있는 집’으로 오인하면서 마을주민들이 타 지역 여행객들에게 마을 가이드를 해주는 것처럼 접근해 결국은 특산품을 파는 종착지로 유인한다는 점이다.

취재결과 ‘구경하는 집’ 팻말이 붙어 있는 집에는 오미자, 말뼈, 화장품 등 최소 4만원에서 몇 십 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제주 특산품을 판매 및 설명하는 장소가 별도 마련돼 있었다.

심지어 내국인은 들어갈 수 없는 중국인 전용 ‘구경하는 집’도 있었고, 여행객들에게 특산품을 강매하며 여행객들을 불쾌하게 하기도 했다.

관광객 신주영(25·여)씨는 “외국인 카지노도 아니고, 외국인 전용 면세점도 아닌데 왜 민속마을에서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입장이 가능한 것은 무슨 이유냐”며 반발했다.

민속마을이 ‘장사마을’로 지속돼왔기 때문에 제주도 여행객 또는 개별 관광객들은 찬밥 신세가 됐다.

성읍민속마을은 1984년 6월 7일 제주도 중요민속자료 188호로 지정된 이후부터 이 같은 호객행위와 장사가 성행해 왔지만 행정당국은 지역주민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을 우려해 성곽 복원 및 환경정비에만 치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안내판으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 항의민원도 많다”며 “그래도 여행객들이 반품을 원하면 국내든 해외든 도와주고 있다”고 오히려 민속마을 장사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어 “매일 마주해야하는 지역 주민들과 감정적으로 상하면 일하기도 불편해진다”면서도 “민속마을 매입을 점차적으로 추진해 주민들이 장사하는 것을 막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 민속마을은 의미가 없다. 마을 원형을 보존하고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교감할 수 있는 문화 교육과 관광지로써의 개선점을 찾아 여행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민속마을을 만들기가 추진돼야 하겠다.

<오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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