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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쟁 후유증(?) 원희룡-구성지 ‘뼈있는 덕담’ 공방
예산전쟁 후유증(?) 원희룡-구성지 ‘뼈있는 덕담’ 공방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1.02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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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 “얽히는 것도 부닥치는 것도 지나쳐” … 具 “도-의회 협력관계 유지 최선”
2일 오전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구성지 의장이 인사말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와 원희룡 지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진 ‘예산전쟁’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탓일까.

제주상공회의소(회장 현승탁) 주최로 2일 오전 라마다프라자제주 호텔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구성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이 묘한 분위기의 신경전을 이어갔다.

공식적인 자리였기에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겨냥한 발언은 없었지만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은 800여명의 신년인사회 참석자들을 앞에 두고 각각 ‘말 속에 뼈가 있는 듯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먼저 연단에 오른 것은 원희룡 지사였다.

원 지사는 먼저 새해 인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상공회의소측에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먼저 오신 분들이 조금 더 편안할 수 있고 나중에 오신 분은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게 공정사회의 표시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몇가지 개선사항을 주최측에 요청했다.

우선 원 지사는 “연로하신 분들을 위해 미리 초청해 앞줄에 앉아서 인사를 받으실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또 장애인 등 지역사회를 위해 배려해야 할 분들은 먼저 온 순서에 관계없이 앞줄에 설 수 있게만 해주면 배려와 공정이 함께 가는 완벽한 신년인사회 모델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 참석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그는 “농협이나 제주은행은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면서 “신년인사회에 한쪽에서 너무 많이 오니까 다른 쪽에서 들어올 자리가 없다더라”고 두 기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부분을 꼬집어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오늘 와서 보니까 둥그렇게 돌아선 게 어쩌면 제주도를 상징하는 것 같다”면서 “중국과 한국의 메인랜드 육지와 일본에 둘러싸인 태평양 한가운데 있으면서 368개의 오름과 99개의 골짜기,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백장군, 그리고 수만여 제주의 탄생과 운영에 깃들여져 있는 신화를 갖고 있는 섬”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그는 “오늘 모이신 여러분들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의 오름이자 골짜기이자 신이면서 장군이기도 한 각 분야의 지도자이고 일꾼이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비유를 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서로 좁은 땅이다 보니까 얽힐 때도 지나치게 얽히는 부분이 있고 부닥칠 때도 지나치게 부닥치는 부분이 있다”면서 “제주는 넓은 대륙과 넓은 바다를 향해 가야 되고 더 큰 제주, 하나 된 제주,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주를 우리 현 세대에 이뤄 다름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냥 무난히 들을 수도 있는 얘기였지만 연말까지 새해 예산안을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던 도의회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였다.

다만 그는 도의회와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듯 “도정과 의정의 관계를 걱정하지만 어차피 도민 중심으로 제주도가 가야 할 미래와 정돈해야 될 바탕의 근본가치와 원칙을 중심으로 지혜롭게 잘 풀어나가겠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구성지 의장과 원희룡 지사가 나란히 서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건배사를 듣고 있다.

이어 구성지 의장이 다소 굳어진 듯한 표정으로 연단에 섰다.

구 의장은 “사람은 일생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궂은 일과 좋은 일, 걱정스러운 일들이 놓여진다. 어떻든 그같은 상황을 딛고 세월을 살아오고 지나온다”면서 “우리도 이제 2015년이라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을미년 앞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 순간순간은 참을 수 없고 다 꺼져버릴 것 같고 다 무너져버릴 것 같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며 지난 세월을 다시 생각해보고 아름다운 추억들만 간직하고 2015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또 구 의장은 “의정도 도민을 하늘처럼 받들면서 현장에 가보고 창조하고 진취적인 의회가 되도록 도민만을 바라보면서 도민 대표기관으로서 충실한 임무를 수행해 나가겠다”고 새해 의정활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제주도정과의 관계에 대해 “어차피 도와 협력적인 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거기서 생기는 손해는 도민들의 몫이 되기 때문에 도와 의회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협력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도는 일사분란한 조직체계를 갖고 있지만 우리 의회는 41명이 모두 개인 기관적인 입장에서 하나가 되지 못하는 조직 속에 있다”면서 “그런 어려운 점들도 도민 여러분이 이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는 당부를 전했다.

오히려 건배사를 맡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센스가 돋보였다.

이 교육감은 “원희룡 지사의 ‘원(1)’, 구성지 의장의 ‘구(9)’, 저 이석문의 ‘이(2)’ 숫자를 모두 합치면 12가 된다”며 일년 열두달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임을 다짐하면서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여기에다 건배구호도 양띠 해를 맞아 ‘일방통행’의 반대말인 ‘양방통행’(‘양’떼의 순함과 평화로운 마음, ‘방’긋방긋 웃는 한 해, ‘통’장에는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넉넉한 사랑이 있는, ‘행’복한 12달)을 제안, 자칫 새해 첫 행사부터 냉랭해질 수도 있었던 이날 행사를 화기애애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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