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지붕에 무슨 일이
하늘 지붕에 무슨 일이
  • 박종순
  • 승인 2014.12.22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순의 귀농일기] <36>

오늘도 새벽부터 눈이 내리고 과수원 귤나무에 차곡차곡 눈이 쌓이고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난달 후반부터 거의 한달 넘게 비와 눈이 매일 아니면 교차적으로 연일 내려 농산물 수확에 어려움을 주고 농심을 흔들고 있다.

귤 과수원에는 지금쯤이면 끝나야 할 수확이 50%도 진행이 안 된 채 빈 콘테이너만 쌓여있다.

서귀포 국제 감귤박람회가 끝나고 극조생귤 마무리와 함께 조생귤 수확을 하려는 순간 연일 내리는 비에 손을 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 온 날도 이젠 실망감에 젖어들 뿐이다.

초보농부! 작년 수확 때도 일손이 달려 해를 넘겨 1월 초순까지 귤 수확 한 적이 있어 금년에는 미리 감귤 수확 봉사단도 모집하고 육지에 계신 이모님도 모셔 왔지만 계속되는 험난한 기상에 모두 돌아가 버리고 걱정만 태산이다.

블로그를 통해 감귤 자원봉사단 모집을 한 결과 육지의 대안학생과 선생님이 졸업여행 겸 봉사 활동차 방문해 주었고, 도시농부 몇 명이 작년에 이어 힘을 보탰다. 귀농 또는 귀촌한 부부들이 잠시 들러 하루 품삯일을 했지만 날씨로 인해 하루시간도 못 채우고 끝났었다.

이모님은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숙식을 같이 하면서까지 도와주려 오셨지만 1달 넘게 이어지는 일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도 못주고 육지로 가 버렸다.

어쩔 수 없어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보아도 대부분이 수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제 발등에 불 끈다고 아우성 소리만 들린다.

차를 몰고 과수원을 가보는 도중에 주변을 둘러봐도 나와 같이 수확 못한 과수원이 부지기수이고, 파치를 수매하는 공장 앞에는 파치를 실은 트럭들만 장사진을 친다.

오랜기간 햇빛이 없는 날들이 많은데다 궂은 날이 많았던 올해였다. 당도가 낮은 바람에 귤 값도 하락하여 시름을 주고 있는데다 상처과나 대형과가 유난히 많은 해 인 것 같다.

귤은 눈을 맞으면 꼭지 부분에 눈이 녹은 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부패가 시작되고 그로 인하여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눈 내리기 전에 수확 하려고 아우성이다.

또한 저장을 하려면 더 이상 물을 흡수하기 전에 수확해야 부피과가 발생 하지 않으며 귤나무도 휴식을 해야 내년에 충실한 열매가 생기는데 사람이나 나무나 고생인 것이다.

필자의 감귤원에 비닐을 씌운 모습.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도무지 대안이 생각나지 않아 며칠 전 부터는 귤나무 위에 비닐을 덮어서라도 피해를 방지해 보고자 했다.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이 방법은 혹시라도 비나 눈이 잠시 내릴 경우를 대비하여 비닐을 씌운 2~3개의 귤나무라도 수확할 요량으로 급하게 생각해 낸 것이다.

주변의 눈총이 심상찮게 쏟아지고 회의론자가 판을 친다.

비닐을 쳐 봐도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눈보라에 비닐이 날아가고 찢기고 옆나무의 빗물과 눈에 옷이 젖고, 수확한 귤을 운반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어쩌랴. 크리스마스를 재촉하는 노래가 들려오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두 손 놓고 하늘만 보고 있을 수가 없지 않는가.

올해는 비닐을 씌우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내년엔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 지붕에 무슨 일이 있는지 누가 올라가 눈과 비라도 막아 줬으면….

다가오는 연말연시를 맞아 양의 해, 더 나은 미래의 꿈을 향해 오늘도 달려 본다.

 

박종순의 귀농일기

박종순 객원필진 <미디어제주>

부산 출신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서귀포 남원으로 전입
제1기 서귀포시 귀농·귀촌교육수료
브랜드 ‘돌코랑’ 상표등록
희망감귤체험농장 운영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출간
e-mail: rkahap@naver.com
블로그: http://rkahap.blog.me
닉네임: 귤갈매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