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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예비검속 피해자 유족들, 정부 상대 손배소 승소
제주예비검속 피해자 유족들, 정부 상대 손배소 승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12.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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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제2민사부 “정부 소멸시효 완성 주장, 신의성실원칙 위배”
 

60여년 전 예비검속 사건으로 제주 지역에서 사망한 피해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한국전쟁 당시 제주에서 예비검속으로 희생된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피해자 유가족 등 180여명은 망인과의 희생자 본인의 경우 8000만원, 배우자 4000만원, 부모 및 자녀 800만원, 형제자매 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상속자의 경우 상속관계 및 위자료 계산 방법에 따른 위자료를 받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우선 제주예비검속 사건이 발생한 시대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나온 전문진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망인들이 제주예비검속 사건의 희생자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제주예비검속 사건은 전시 상태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경찰 또는 군인들에 의해 비밀리에 집단적으로 행해진 것이고 사건 발생일로부터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려워 유족들에게 가해자나 가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가 과거사정리법 제정을 통해 수십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 규명 신청을 받아 과거사정리위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면 그 결정에 기초해 피해자나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를 행사할 경우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 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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