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오뚝이
오뚝이
  • 홍기확
  • 승인 2014.12.17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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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58>

친구와 얘기를 나누었다. 오뎅빠라고 하는 곳이었다.
 일본술인 사케 큰 녀석이 데워져 나오고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들에는 오뎅과 국물이 그득하다. 국물이 끓으며 나오는 연기는 그윽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러한 움직임 속의 멈춤은 대화주제와 얘기를 더욱 그럴싸하게 그려낸다.
 가정과 일의 양립에 대해 친구가 고민한다. 나는 이때다 하고 오뚝이 이론을 전개한다.

 오뚝이는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흔들린다.
 흔들림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은 외부환경에 의해 흔들린다. 밖에서 세게 흔들면 오뚝이는 그보다 더 거세게 흔들린다. 가정에 충실하고 싶지만 몸은 금세 일에 가 있고, 일에 충실하고 싶지만 몸은 가정에 가 있다. 더 심하게는 몸은 가정에 가 있어도 마음은 일에 가 있는 불일치다. 오뚝이는 이렇게 좌우로 계속 흔들린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뚝이에게는 중심추가 있다.
 반드시 외부에 의해 좌우로 흔들리지만 언젠가는 멈추게 되어 있고, 멈추어야 한다. 중심추가 없으면 안 된다.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심추를 붙들어 매고 바로 서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이 중심추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크면 클수록 빠르게 바로 설 수 있고 흔들림도 줄일 수 있다. 멀미를 안 할 수 없지만, 적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오뚝이가 전후좌우로 흔들릴 때 생긴다.
 외부에서 거대한 힘이 작용되어 일과 가정, 개인과 사회 전후좌우로 마구 흔들 때이다. 이런 경우 오뚝이의 중심추가 약하다면 서 있는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까지 마구마구 요동치게 된다. 정신을 차려보면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모른다. 어디가 가정이고 어디가 일인지 모르고 방황한다. 방향을 모르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가정이라고 해서 찾아온 과거의 자리는 가정이 아니다. 중심추는 엉뚱한 곳에 서 있다. 잃어버린 방향감각은 돌아온 곳이 분명 가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의 가정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오뚝이가 부서졌을 때이다.
 한 곳에만 함몰하여 몸이 부서져라 그 쪽으로 치우친 탓이다. 세상을 향해 헤딩을 거세게 한 경우다. 보통은 일에 치우친 것이 도를 넘어 몰입, 몰빵을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 때는 돌이킬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이 때는 나도 모르겠다. 몸이 부서져라 치우치는데 정말 부서졌는데 내가 어찌하겠나?

 비교적 긴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에게 고맙다. 친구는 업무적으로나 단체회식이 아닌, 단 두 명이서 술을 마신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한다. 친구의 아이에게서 문자가 온다. 친구는 문자를 읽는다.
 우리들의 대명사 오뚝이. 친구는 잠시나마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다. 그렇게 친구와 나는 기우뚱 기우뚱 거리면서도 바닥을 집고 서있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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