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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 선발고사 획기적으로 바꿔야 혁신학교도 성공”
“고입 선발고사 획기적으로 바꿔야 혁신학교도 성공”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2.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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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를 꿈꾸다] <4> 경기 장곡중 박현숙 수석교사에게 듣다
경기 장곡중 박현숙 교사.

경기도 시흥시 장곡중학교의 박현숙 수석교사는 제주 출신이다. 제주여성이어서일까. 장곡중학교에 혁신학교의 불을 지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혁신학교를 널리 알리는 전도사로, 이곳저곳의 강의 요청을 받아들이느라 늘 바쁘기만 하다.

혁신학교 5년째. 그는 왜 혁신학교를 택했을까.

“한 때는 수업이 어렵지 않았죠. 애들이 고개를 끄덕이면 잘하는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열린교육의 실패이후 교사는 말하는 기계가 된 느낌이었어요.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고민하던 차에 혁신학교를 만났어요.”

그가 처음 마주한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하도록 행정실무사 등을 배치해준다는 매력 포인트가 있었다.

하지만 그리 쉬운 건 아니었다. 교장과 교감을 설득해야 했다. 결국 전체 교원의 97% 찬성으로 혁신학교의 출발을 알렸다. 행정실무사만 배치되면 모든 게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실무사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의 문제였죠. 혁신학교에서 성공하려면 교감은 행정업무를 총괄해주고, 교장은 교사들이 수업에 올인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해요.”

어느 정도 틀이 마련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을 벌인 건 수업개선이었다. 수업을 바꾸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토 마나부 교수처럼 해보려 했다. 바로 ‘배움의 공동체’였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박현숙 교사의 수업 공개 장면.

“정말 중요한 건 애들을 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모둠 수업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교과서도 개선의 대상이었죠. 교과서는 내가 만든 게 아닙니다.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는 수십가지 교과서 가운데 하나일 뿐이죠.”

박현숙 교사는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이다’고 강조한다. 그에겐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세상에 널린 지식을 배우는 게 학교가 아니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정제된 지식은 스마트폰에 다 있어요. 우리 애들은 그런 걸 배우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아요. 수많은 이들과 네크워킹을 합니다.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내 것을 주고 남의 것을 받아들이고 또다시 그걸 확산시킵니다.”

장곡중학교는 ‘ㄷ’자형 교실이다. 교사의 일방통행식 수업이 아닌, 다중간의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다. 학생들은 매시간동안 모둠으로 토론을 하며 3년을 지난다. 그러면 훌쩍 커진 학생들을 발견한다고 한다.

박현숙 교사에 따르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장곡중에 남는 교사들이 많다고 한다. 이유는 있다. 행복하기 때문이다.

박현숙 교사가 지난 12일 제주중을 찾아 수업개선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교사로서 행복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죠. 관리자는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규제하거나 통제를 하면 혁신학교는 망합니다. 교사들이 수업에 매달리도록 해줘야 해요.”

그의 얘기는 혁신학교로 성공하려면 민주적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그는 제주 출신이기에 제주도에서 추진할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 역시 높다. 그는 교육감을 받혀줄 장학사들이 필요하단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연연하지 말하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더 중요한 걸 말한다.

“경기도는 연합고사가 없어요. 제주에서도 혁신학교가 성공하려면 고입 선발고사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돼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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