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지회(絶纓之會)
절영지회(絶纓之會)
  • 양태영
  • 승인 2014.12.02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태영의 시사고전] <3>

초(楚)나라의 장왕(莊王)은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사람으로 불같은 성격에 심중에는 원대한 웅략을 감추고 있는 사람으로 이름을 떨친 왕이다. 필(邲)의 전투 당시 몸소 선두에서 북채를 잡고 진(晉)나라 군을 사정없이 몰아쳐 춘추시대 미증유의 대승을 거두고 춘추시대 세 번째 패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무섭게 몰아치다가도 정점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왕에게는 호색한, 쾌남아, 열혈남, 도가적 군주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이런 장왕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주는 일화에는 유래한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절영지회(絶纓之會)‘와 ‘육단견양(肉袒牽羊)’이다.
과연 장왕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보여주었을까?
 
『절영지회(絶纓之會)』 : 《어려움에서 구해주면 반듯이 그 보답이 있다》

영윤(令尹) 투월초(鬪越椒)의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온 장왕은 여러 신하를 점대(漸臺·중국 한(漢)나라의 무제가 세운 누대)에 모아 놓고 연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장왕의 비빈(妃嬪)도 참석했다. 신하들과 질펀한 잔치를 벌이던 날 밤, 장왕은 총애하는 비빈(妃嬪) 허희를 시켜 대부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르게 했다. 절세미녀가 술을 따르자 대부들이 모두 일어나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몹시 술렁거렸다. 반쯤 돌았을 때 갑자기 큰 바람이 불고 촛불들이 모두 꺼져 암흑천지가 되었다. 그때 장웅(蔣雄)이라는 사나이가 술김에 슬며시 허희를 끌어안고 희롱을 하였고 허희는 황급히 밀쳐내며 그의 갓끈을 잡아끊었다. 
그때 비빈(妃嬪) 허희가 왕에게 이 사실을 고자질한다. "방금 촛불이 꺼졌을 때 어떤 자가 첩의 옷을 끌어당겨 수작을 걸더이다. 제가 그자의 갓끈을 끊어버렸으니 불을 켜거든 갓끈이 끊어진 자를 잡아내소서.” 하고 밝혀 줄 것을 요청하자 왕은 미인의 말을 곰곰이 듣더니 돌연 좌중에 장왕(莊王)은 명령을 내렸다.

“오늘 과인과 술을 마시는데, 갓끈이 끊어지지 않은 이는 제대로 즐기지 않은 것으로 알겠소.”  이리하여 백 명이 넘는 신하들이 갓끈을 다 끊었다. 그리고 불을 켜고 그들은 다시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그날 밤 이 일을 안 사람은 왕과 미인, 그리고 미인을 희롱한 사나이밖에 없었다.
 
술자리는 좌중이 곯아 떨어 질 때까지 이어졌다. 이것이 갓끈을 끊고 놀았다는 이야기, 곧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고사다.
 
3년이 지나서 진(晉)과 싸움이 벌어졌다. 그때 어떤 용사 하나가 앞장서서 용전하는데, 적과 다섯 번 싸워서 모두 격퇴시켰다. 이리하여 결국 싸움에서 이겼다.
 
장왕이 이 용사를 가상하게 여겨 물었다.
“과인이 덕이 부족하여 그대처럼 뛰어난 이를 아직 알아보지 못했다. 그대는 어떻게 죽음도 무서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싸웠는가?”
 
그러자 그 용사가 대답했다.
“신은 오래전에 죽어야 할 몸이었습니다.  예전에 술에 취해 실례를 범했을 때, 왕께서는 몰래 참고 저를 죽이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감히 그 은덕을 감추고 끝내 왕께 보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항상 간뇌를 땅에 흩뿌리고, 목의 피로 적을 적실 날을 기다렸습니다.
신은 그날 밤 갓끈을 뜯긴 자이옵니다.”
이 고사는 한나라 때 유향이 여러 문서들을 찾아 정리한 것이다.
약 2600년 전의 이 고사를 증명할 길은 없지만 이 고사는 장왕의 개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장왕은 흔히 말하는 통 큰 지도자의 원형이었다.
필의 싸움에서 선봉은 바로 장왕의 친위병인데 친위병들 속에는 갓끈을 끊겼다가 용서받은 고사의 장수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꿋꿋하되 남을 꺾으려 들지 않고 굳세면서도 난폭하지 않은 사람 ‘[堅彊而不暴]’이 있을까? 공자가 가난하면서도 비굴하지 않은 것보다는 부유하면서도 예를 아는 것이 어렵다고 했듯이, 사람의 본성이란 약하면서 유순하기는 쉬워도 강하면서 포학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래서 순자는 그런 이를 군자라고 불렀다.
춘추전국시대의 세 번째 주인공 장왕(莊王)은 바로 이런 사람 이였다.
이 고사는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해주거나 남을 어려운 일에서 구해주면 반드시 보답이 따르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요즘 상대편의 잘못을 꼬투리 잡아 치고받는 혼탁한 정치판을 보며 절영지회의 아량이 생각난다. 단순히 옛날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법에 따르는 공경이란 뜻의 '敬'보다도 타인에 대한 자애로움 내지 애정이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

 

<프로필>
양태영 시조시인,수필가 (아호:晶石, 법명:雲海)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절물생태관리사무소 절물휴양림 담당
사)한국문인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회원
사)한국 한울문인협회 회원
사)대한민국국보문인협회 전국지회장 대표
사)대한민국문화예술교류진흥회 회원
사)귤림문학 사무국장
영주문인협회 편집위원
제주특별자치도 가정위탁지원센타 아이누리 편집위원
제주시청산악회 회원
대한민국공무원산악회 회원
한울문학 청룡문학대상 수상 시 부문(2008)
                                               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대상(2009)
                                               동인문집 <내 마음의 숲> <하늘빛 풍경> 시집<모닥불> 등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