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유족으로서 이제야 짐을 덜게 됐네요”
“4.3 유족으로서 이제야 짐을 덜게 됐네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1.30 17:0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사람] 4.3과 해녀들의 아픔 담은 <해녀들의 노래> 펴낸 김성만씨
해방 직후 미군과 서북청년단의 횡포 등도 책에 서사 형태로 담아
올해초 정년퇴임으로 교직에서 물러난 김성만씨가 <해녀들의 노래>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의 책엔 4.3과 해녀들의 아픔이 잘 묻어나 있다.

“가슴으로 간직만 해왔던 4.3의 기억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어요. 다음 세대에 꼭 알리고 싶었어요.”

올해초 무릉중 교감으로 정년퇴임을 한 김성만씨(62)가 4.3과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했던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해녀들의 노래>를 펴냈다.

자작시 형태로 펴낸 이 책은 4.3 당시의 아픔을 잘 승화시켜냈다. 그런데 그는 4.3에 대한 기억이 없다. 피비린내 나는 4.3의 광풍이 끝날쯤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엔 4.3의 기억이 각인돼 있다. 죽음의 문턱 바로 앞에서 생존했던 기억을 지닌 이들로부터 할아버지를 떠내보낸 사연 등 4.3 현장을 생생히 들어왔기에 그렇다. 죽음의 문턱에서 생존한 이는 바로 그의 고모로, 제주도 무형문화재 1호인 ‘해녀노래’ 보유자인 김태매 할머니다.

“제 집안은 북촌리입니다. 가장 피해가 컸죠. 고모님은 4.3의 현장에 있었어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야기를 제게 들려줬죠. 눈물을 글썽이던 고모님의 모습이 선해요.”

그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틈만 나면 메모를 해뒀다. <해녀들의 노래>는 그 메모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자작시는 아니다. 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작시’보다는 ‘서사시’라는 말이 오히려 적절해 보인다. 그의 글엔 당시 제주인들이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이미지도 그려져 있다.

해녀들이 부르는 노래 가운데 ‘쌍사랑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랫말 가운데는 “아침에 우는 새는 배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 그리워 우는 새다”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해녀들은 해방 후 이 노랫말을 미군에 대입시켰다. 해녀들은 그 노랫말을 “아침에 우는 새는 양놈 울음소리요, 저녁에 우는 새는 미친(美親)놈들 소리라”라고 바꿔 불렀다. 왜 그랬을까.

“미군의 횡포가 심했어요. 지나가는 아녀자를 희롱하고, 헤엄치는 애들을 과녁삼아 사격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쌍사랑의 노래’는 반미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결국 반미감정이 누적됐고, 4.3 발발의 한 이유가 됐어요. 이것만큼은 꼭 알리고 싶었어요.”

그의 말을 빌리면 해녀들이 아니라도 ‘쌍사랑의 노래’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미군과 함께 동시대에 제주인들의 치를 떨게 만든 이들이 있다. 바로 서북청년단이다. <해녀들의 노래>엔 서북청년단원들에 의해 목숨을 뺏긴 이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책에 등장하는 만복이는 서북청년단원에 의해 손발을 꽁꽁 묶여 고깃배에 실어다 무거운 돌덩이와 함께 바닷속에 가라앉아 목숨을 잃었어요. 그런 일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산으로 간 이들이 있어요. 이념은 아니라고 봐요. 이 책은 4.3에 대해 많이 알리고, 화해의 길로 가길 바라는 뜻도 담았어요.”

<해녀들의 노래>에 담긴 뜻을 풀어내고 있는 김성만씨.

그에게 북촌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겐 어릴 때 놀러 가면 반겨주는 곳이었다. 커서는 4.3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준 고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등단을 하고 나서 책을 내도 될 일을 왜 그리 서두냐고도 한다. 그에 대해 김성만씨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남보다 건강하지 않아요. 코와 귀 사이에 있는 뼈에 암이 생겼어요. 10년째 투병을 하는데 방사선 치료를 받다보니 고막도 녹아내렸죠. 빨리 고모님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죠.”

그는 또한 해녀를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는 말로 압축했다. 그러면서 해녀를 떠올리는 일이야말로 해녀문화 보존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책은 나왔다. 그는 이 책을 냄으로써 유족으로서 짐을 덜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4.3을 직접 겪고, 부모님 생전의 편지를 보고 울던 그의 고모는 <해녀들의 노래>가 나온 사실을 알기나 할까. 현재 93세인 그의 고모는 치매에 걸려 온전치 않다. 어쩌면 김성만씨의 책은 마지막 기억이 보존된 몇 되지 않는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oys1671 2014-12-02 08:11:46
헤엄치는 어린이들을 과녘삼아 사격연습,...... 엉뚱헌 소리로고,..4,3을 다룬 어떤글에서도 귀동냥으로도 들은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