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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통하는 제주에서 큰 위안 … 신부님 고맙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제주에서 큰 위안 … 신부님 고맙습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11.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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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 후 한달여만에 귀국하는 페르난도씨 사연
크루즈 여행 중 뇌출혈로 쓰러져 제주에서 수술을 받은 페르난도·카렌 부부와 허찬란 신부.

크루즈 여행 중 배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30대 외국인 남성이 제주에서 수술을 받고 한달여만에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미국 국적의 페르난도(39)가 아내 카렌(31)과 함께 중국 상하이를 떠나 인천을 거쳐 일본으로 크루즈선을 타고 가던 중 선상에서 쓰러진 것은 지난 10월 20일이었다.

다행히 크루즈선이 제주항에 접안하려던 때여서 페르난도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한라병원으로 옮겨져 7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남편이 쓰러져 큰 수술을 받게 된 상황에서 아내 카렌은 제주에서 마땅히 의지할 곳이 없었지만, 가장 힘든 순간 도움을 준 곳은 천주교 제주교구였다.

엘살바도르에 있는 페르난도의 가족들로부터 카렌 부부의 사연을 전해들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제주교구에 이들 부부가 병원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이에 제주교구에서는 이주사목후원회를 맡고 있는 허찬란 신부에게 특별 임무(?)가 주어졌고, 그 때부터 허 신부의 헌신적인 도움이 이어졌다.

주일마다 병실에서 스페인어로 미사를 함께 드린 것은 물론, 거의 매일 병원에 들러 페르난도의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면서 병원측과 페르난도 부부 사이에서 통역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귀국 일정이 잡힌 직후 지난 22일 허 신부와 함께 병원을 찾았을 때도 페르난도는 여전히 병상에 누워 짧게 한 단어씩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지만, 귀국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찬 눈빛이었다.

한 달 동안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곁에 있던 아내를 가리킨다. 자신보다 곁에서 자신을 지켜준 아내 카렌이 더 힘들었을 거라는 표시였다.

페르난도와 카렌 부부가 손을 잡고 다정한 눈빛을 나누고 있다.

제주에서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 페르난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엘살바도르에서 가족들이 교대로 다녀가기도 했다.

특별히 페르난도의 어머니로부터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받은 허 신부는 이날 페르난도에게 자신의 사제 서품 때 선물로 받은 영대를 답례로 주면서 쾌유를 기원했다.

허 신부는 “처음 대사관 쪽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막막했다”면서도 “처음 해보는 스페인어 미사가 익숙하지 않아 미사 원문을 출력해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녹음한 다음 수십번씩 들으면서 스페인어를 연습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아내 카렌과 함께 미국 마이애미까지 22시간의 장시간 여행을 떠나는 페르난도와 아내 카렌의 눈에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제주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고맙게 여기는 눈빛이 가득한 듯했다.

허찬란 신부가 병상에 누워있는 페르난도에게 자신의 사제서품 때 선물로 받은 영대를 주면서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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