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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단 6분이면 모두 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어요”
“세월호 침몰, 단 6분이면 모두 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어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11.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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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찾은 예비신학생 故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 “잊지 말아달라” 호소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예비신학생 故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가 신제주성당에서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고 함께 기도해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재판정에서 나온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단 6분만 있으면 모두가 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3일 신제주성당 주일미사에서 강론 순서에 제대에 선 사람은 사제가 아닌, 그토록 사제가 되기를 소망했던 단원고 2학년 故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였다.

신제주성당 주임신부인 현문권 신부는 故 박성호군에 대해 “사제가 되기 위해 예비신학생 모임에도 꾸준히 다녔뎐 사제가 꿈이었던 학생”이라면서 “오늘 이 시간, 어머님을 모시고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슬픔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우리가 신앙 안에서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모셨다”고 어머니 정혜숙씨를 모신 이유를 설명했다.

현 신부의 소개로 제대 위에 선 정씨는 “위령성월인 11월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뒤 故 박군에 대해 “신부님께서는 우리 성호를 오른팔이라고 불렀고요, 성호의 10년지기 친구, 같은 꿈을 꿨던 친구를 왼팔이라고 불렀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이어 정씨는 “믿든 안 믿든 우리는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이고 하느님의 숨결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우리들을 누군가가 권력과 탐욕으로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들은 아니”라며 “모든 것을, 이 세상 것을 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주님이 주신 우리들의 생명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6개월 전 참사의 본질을 꿰뚫는 진단을 내렸다.

또 그는 “아직도 팽목항에서는 9명의 실종자들의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원 구조하겠다고 했던 이 정부는 처음부터 전원 구조가 예상되고 전원 구조를 했다는 오보를 내면서 마지막까지도 구조하지 않았다.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찾아내겠다고 온 국민께 약속했지만 지금 그 약속마저도 저버리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인양마저 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고 정부를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특히 그는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면서 “재판정에서 나온 시뮬레이션 결과, 단 6분이면 모두가 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고 사고 초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해경을 질타했다.

그는 “아이들이 물 속에 있었던 시간은 장장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된다.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구조를 하지 않고 그들은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고통 속에 있어야만 했다”면서 “아이들이 죽어가는 시간을 온전히 지켜봐야 했던 그 고통은 성모님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그 고통과 같다. 그런 부모들이 500여명”이라고 호소했다.

23일 신제주성당 주일미사에서 故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가 강론 시간에 세월호 사고의 진실 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함께 잊지 말고 기억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아들 성호군에 대해서도 그는 “성호는 특히 유난히 착했던 아이였고 유난히 이타심이 많았던 아이였다. 자신보다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아이였고, 그래서 사제의 꿈을 갖고 故 이태석 신부님을 존경했던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돌면서 가장 아프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꿈을 꿨던 아이”라면서 “그런 아이가 어느 날 수학여행을 갔을 뿐인데 돌아오지 못하고 하늘나라에서 수학여행을 보내고 있는가 보다”라고 담담히 아들을 떠나보낸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우리 아이들이 아니었어도 그 배는 언젠가는 사고가 났을 배였고, 그것이 어쩌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여러분이 아는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었던 일”이라면서 “이런 사고에서 우리가 교훈을 배우지 않고 우리가 지키지 못한 생명, 그 이상 더 많은 생명의 죽음을 눈감고 침묵하고 바라본다면 그 또한 예수님이 봤을 때 좋아하는 모습은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특별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것과 관련, “여러분들이 일하지 않는 위선자들을 함께 감시해주시고,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시면서 잊지 않으신다면 그들도 모든 것을 덮어버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함께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특별법을 통해 참사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될 때까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그는 “죽어가면서도 우리 아이들은 ‘사랑한다’, ‘용서해달라’, ‘미안하다’ 이런 말들을 남기고 죽어갔다. 이 사회를 원망하고 욕하고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면서 “그런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함께 조롱하고 다닌 모습과 같다. 어떤 길에 동참하든 그것이 여러분들의 구원과 함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주시길 부탁한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해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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