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꿈
세 번째 꿈
  • 홍기확
  • 승인 2014.11.12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56>

어느 밤이다.
아들 녀석과 잠자리에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들 녀석이 영원히 같이 살자고 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덧붙인다.
아빠가 확률적으로 너보다 먼저 죽을 테니,
다음 생애에 네 아들 이름을 홍기확으로 지어라.
아빠가 죽으면 이 세상에 홍기확은 없어질 테니,
네가 아들을 낳으면 네 아들로 다시 태어나마.
이름도 홍기확이니 아빠가 네 아들의 영혼을
빨리 찾을 수 있지 않겠니?

아들 녀석은 싫다고 한다.
세상에 홍기확은 아빠뿐이야.

아들 녀석이 내가 할아버지가 되는 게 싫다고 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덧붙인다.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지 않도록 네가 과학자가 되어
늙지 않거나 젊어지는 약을 개발해봐.

아들 녀석은 한참 생각하더니 그렇겠다고 한다.
꽤나 신중한 친구라 판단을 쉽사리 내리지 않는데,
대답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가 덧붙인다.
아빠가 죽더라도 다시 태어나면 꼭 내 아들이
돼서 계속계속 함께 살자.

나는 감동에 베개를 적시며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열심히 사는 와중에 대강 사는 시간도 있었는데
앞으로 대강 살기는 다 틀렸구나!

좋아 보이는 아빠는 좋은 아빠를 만들고,
좋은 아빠는 더 좋은 아빠를 만든다.
문득 유치환 시인의 시, '바위'의 구절이 떠오른다.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다음날 아이에게 물었다.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니?
아이는 대답한다.
군인, 마술사...그리고...

아이가 덧붙인다.
'과학자...'

나는 대꾸한다.
너, 꿈이 하나 늘었구나!

나의, 그놈의, 불타는 의지는 궁국이 어디인가?
타고 나면 숯이 되고,
숯이 되어 다시 타고.

아들아! 이 얘기를 꼭 하고 싶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생에 한 번 뿐이니,
살아 있는 그 누구도 좋은 건지 무서운 건지
경험이 없잖니?

아들아! 아빠가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 말거라.
사무엘 율만의 시, '청춘'을 보자꾸나.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아빠가 산에 오르다 땀을 식히려 산 중턱에 멈춰 섰다.
그리곤 벤치에 누웠다.
맑은 하늘과 햇살, 아빠가 좋아하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시간은 퍽 흘렀다. 땀은 이미 식었다.
세월은 흘렀다. 하지만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너에게는 어려운 얘기일 테지만 이렇다.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젊고 멋진 생각은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한단다.

아빠의 세월은 80년 남짓일 테다.
하지만 아빠의 시간은 항상 청춘, 그 때일 것이다.

아빠의 시간은 지금도 거꾸로 가고 있단다.
아빠는 늙지 않을 것이다.

네가 이 글을 읽고 이해할 때 즈음엔
너도 너의 청춘이 언제인지를 알고
우리 둘이 같이 청춘의 노래를 부르자.
그리고 면면히 흐르는 세월을
함께 비웃어 주자꾸나.

그리고 혹여 둘 중 하나가 죽더라도
울거나 슬퍼하지 말자꾸나.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신나는 건지 두려운 건지 우리 둘 다 모르잖니?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