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도시 비엔티안 (Vientiane)
소박한 도시 비엔티안 (Vientiane)
  • 조미영
  • 승인 2014.11.05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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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여행자 조미영] <12>
비엔티안의 거리

요즘처럼 교통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미지의 세계가 있을까? 인터넷만 치면 온갖 곳의 사진들과 여행담이 술술술 나오고 우리는 안방에 앉아서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갈구하며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선다.

최근 인도차이나반도의 라오스가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인기 TV프로그램의 영향과 함께 많은 이들이 라오스를 다녀온 후 관련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불과 3,4년 전만해도 라오스는 우리에게 생소한 곳이었다.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수도는 어디인지조차 모르던 곳, 라오스! 생소하기에 더더욱 호기심을 자극 하는 여행지다.

라오스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들

태국을 거쳐 라오스로의 이동은 배를 타고 단 십 분 만에 다다른다. 하지만 라오스에서의 도시간 이동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아직도 국토를 연결하는 도로가 잘 확충되어있지 않아서 울퉁불퉁한 채 그대로다. 그래서 주로 배를 이용하지만 내가 선택한 경로는 버스다. 이런 저개발 국가들 대부분은 산골을 타고 고불고불 돌아가는 버스를 탔을 때 만 느껴지는 운치가 꽤 흥미롭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유명한 관광도시 루앙프라방을 거쳐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가는 길도 역시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길을 나섰지만, 10시간 후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론 루앙프라방을 빠져나오며 보게 되는 순수 그대로의 자연마을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감어린 풍경들이 있기에 견뎌낼 만하다.

소박함이 때론 정겹다.
도로 옆을 걸어가는 소 가족

어둠을 헤치며 숙소를 찾는 일은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힘든 일중 하나이다. 생소한 길 앞에서 안내책자를 뒤적이는 일조차 쉽지 않다. 어둠이 점점 깊어질수록 초조해지는 마음으로 인해 결국 눈에 띄는 곳에 여장을 풀게 된다. 마침 숙소의 주인이 한국인이다. 과히 상태가 좋진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다만, 따뜻한 밥과 얼큰한 김치찌개가 큰 위로가 되어 준다. 해외에 나오면 되도록 현지 음식을 먹는 편이지만, 이렇게 심신이 기진맥진 해진 상태에서는 역시 고향의 맛이 큰 힘이다.

저녁을 먹고 나니 다시 기운이 난다. 숙소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강변주위로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공원마다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역시 한국제품이다. 이 곳 개발공사를 한국기업이 맡아하고 있었다. 한국의 공원문화가 여기에 복제되어 와 있었다.

라오비어 한 캔을 사들고 강둑에 앉았다. 평소 맥주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마감하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은 그 무엇보다 좋다. 시커먼 어둠 저 멀리 옅은 불빛들이 보인다. 이 강을 건너면 태국이라는데 태국의 국경마을들이 내뿜는 빛을 벗 삼아 마셨다.

다음날 아침 다시 강변으로 나왔다. 그런데 더욱 놀랐다. 내가 어제 앉았던 강둑 아래로 강물을 상상했었는데 물은커녕 몇 백 미터 가량 매립이 되어 커다란 운동장과도 같은 매립지만이 있을 뿐이다. 강바람과 함께 강둑을 걷자던 계획은 포기 해야만 했다. 대신 본격적인 도시산책에 나섰다.

불교의 나라답게 곳곳에 사원이 많다. 수많은 불상이 모셔져 있는 사원이 있는가 하면 금빛을 두룬 사원 탓루앙 등 그 외형과 느낌도 각기 다르다. 거리에 무심히 서있는 오래된 파고다의 이끼에서조차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수천개의 불상을 모신 왓씨싸케
 

도심 한복판에는 승리의 문이라는 뜻의 ‘빠뚜사이’가 서 있다. 라오스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는데 파리 개선문의 외형을 본 떠 만들었다고 한다. 내부의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비엔티엔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수도라고 보기엔 소박하지만 잘 정돈된 차분함이 오히려 맘에 든다.

점심식사를 위해 달랏사오로 갔다. 라오스 최대의 시장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현대식 건물 내부에는 각 나라의 문화가 집약된 듯 한 음식코너가 있다. 그 곳에서 취향따라 나라별 음식을 시켜 먹으면 된다. 하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는 곳은 재래시장이다.

길 건너의 조그만 약초시장을 거닐며 라오스를 느껴본다.

오후가 되니 기온은 점점 훅훅 달아오르고 나른함까지 겹쳐온다. 마침 거리의 카페에 주렁주렁 달린 과일들이 눈에 띈다. 싱싱한 열대과일을 갈아내 주는 후레쉬 생과일쥬스로 비타민을 보충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별미다. 카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엔 참 많은 문화가 공존한다. 프랑스풍의 건물들과 스칸디나비아 베이커리, 그리고 인도음식점과 동양의 관광객들이 마구 어우러져 있다.

다소 성급한 개발이 도시의 모양을 바꾸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지만, 아직까지 이곳은 순수하다. 그래서 라오스를 다녀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이는 ‘욕망이 멈추는 곳’이라는 표현으로 또 어떤 이는 ‘영혼의 휴식처’라는 수식어로 칭송한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던 나라 라오스가 이젠 수많은 나라에서 찾아온 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준다. 그 중심에는 라오스인들의 따뜻함이 있기에 가능하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순수함마저 급하게 빼앗지 않길 바란다. 빠른 성장의 시대에 오히려 소박함이 큰 매력이 될 수 있음을 라오스에서 느낀다.

 

<프로필>
전 과천마당극제 기획·홍보
전 한미합동공연 ‘바리공주와 생명수’ 협력 연출
전 마을 만들기 전문위원
현 제주특별자치도승마협회 이사
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
프리랜서 문화기획 및 여행 작가
저서 <인도차이나-낯선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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