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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물 천연염색 문화, 산업화·예술 대상으로 실제 발전돼야”
“제주 감물 천연염색 문화, 산업화·예술 대상으로 실제 발전돼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10.24 1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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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23>‘이음새’ 박지혜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체험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서귀포시남원읍위미리에서 농촌체험농장 '이음새'를 운영하는 박지혜 대표

“과거 제주도에서 생활필수품이었던 감물 염색은 기호품화 단계를 거쳐 산업화와 예술 대상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감물염색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셈이죠. 조상들 감물염색문화를 되짚어 보고 이를 통해 제주도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역사성과 장소적 특성을 기반으로 신시대에 맞는 이미지 선점과 실제적인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봐요”

서귀포시남원읍위미리에서 염색·도자기체험을 위주로하는 농촌교육농장 ‘이음새’를 운영하고 있는 박지혜 대표(47)는 감물염색 등 천연염색에 관해 이론과 실제를 익힌 전문가이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며 제주감물염색을 익혔고, 지금도 꾸준히 연구·실험·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학구파이다. 제주대학교 의류학과 대학원을 졸업(석사)했고, 현재 박사과정을 휴학하고 있다.

“제주 갈옷은 감즙으로 염색한, 옛 선인들이 작업복이나 일상복으로 입어왔던 제주전통 의복이죠. 옷감이 빳빳해 다림질이나 풀을 먹이는 잔손질이 필요 없고, 통기성이 좋고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에도 시원한 옷이에요, 습기에도 강해 땀을 흘려도 옷감이 몸에 달라붙지 않아 실용적이고 경제적이죠”

교육농장 이름이 왜 ‘이음새’인가 묻자“이음새는 각기 다른 물체를 연결하는 사이를 뜻하잖아요. 이곳이 방문객과 소통하는 공간이고 놀이터, 만남 장소가 되길 바람에서 지었죠”

박 대표가 염색 특히 감물염색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릴 때 과거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맘과 대학에서 염색을 접하게 되면서 비롯됐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파인애플 농장을 할 때 가시에 찔리지 않게 나일론 와이셔츠에 감물들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대학에서 교수가 띠를 갖고 염색하는 걸 봤던 일들이 작용했다.

화학염색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던 시절 한 스님이 먹물로 염색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색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직편조협회에 가입해 천연염색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박 대표가 천연염색한 작품 앞에 서 있다.

# “제주갈옷, 천연염색으로 많은 효능 갖고 있어”

대학을 졸업한 1992년 제주시 관덕정 근처에 염색 겸 베틀 직조공방인 ‘핸드위빙’(손으로 짬)을 운영하기로 했다.

갈옷을 빨았을 때 나타나는 변화와 도내 식물염색에 결뢰도 등을 알고 싶어 제주대학교 의류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천연염색 길에 뛰어들었다.

‘이음새’는 2012년 농업기술원에서 지원을 받아 문을 열었다. 남편이 운영하는 감귤농장(5000평)에 염색할 수 있는 기자재. 도자기 가마 등 60평에 시설했다.

이곳에서 주로 하는 것은 염색체험과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다. 방문객이 원하면 감귤체험도 한다. 판매위주가 아닌 교육위주이다, 특별 주문을 받으면 염색해서 납품한다. 한번 와 본 뒤 다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권유를 해서도 많이 찾는다.

감귤체험은 다른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아와 한다. 농장이 지형적으로 화산용암이 흐르다 만들어진 하천 옆에 자리해, 토양이 송이어서 노지감귤이 특히 맛있다.

박 대표는 염료를 주위에서 재배해 꽃을 말리고, 감물에 쓰는 재래감(풋감)을 가공해 먹을 수 있게 과자로 만들었다. 아직은 개발 단계에서 이번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시식용으로 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2013년 제주도교육청에서 전통문화인성교육센터로 지정됐다. 특히 한국슬로우푸드 협회가 정하는 ‘맛의 방주’에 올해 제주지역에서 오른 식품가운데 ‘재래감’ 생산자로 이곳이 등록됐다.

박 대표는 서귀포시에 귀농귀촌자로 등록한 교육생을 대상으로 염색교육을 두 달 동안 했고, 제민신협·근로청소년복지회관(평생학습관),여성문화센터 등에서 염색교육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감물염색 등 천연염색은 서민들이 누구나 즐겨 했던 것이죠. 나일론이 들어오기 전에는 모두가 했죠. 쪽 염색이나 홍화염색 등은 서민이 아닌 특정 귀족층이 했고요”

이곳에서 자라는 메리골드, 들국화, 상수리나무, 붉나무, 예덕나무, 회화나무, 귤나무 등 주변에 있는 모든 나무를 염재로 쓴다.

“견직물엔 풀까지도 모두 염색할 수 있지만, 면직물엔 염색성이 떨어져요. 여기엔 탄닌 성분이 많은 예덕나무, 붉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가 잘 먹혀요”

염색 교육을 할 때 학생들에게 사진을 보여줘 원하는 걸 고르게 한 뒤 선택하면 나무를 채취하도록 해 천과 염재 무게를 잰 뒤, 씻고, 염색을 한다.

농장주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염색하도록 하고, 어떤 염재로 찍었을 때 변화 과정, 염색 전후 결과물을 적도록 해 애들에게 발표하도록 하는등 학년별 눈높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햇볕에 바래고 있는 천연염색천
 

#“오랜 시간 반복 염색을 통해 자기 색깔 담은 작품 만들어야”

교육을 하면서 특히 갈옷이 지니는 효능을 통해 제주도 사람들이 갈옷을 꾸준히 즐겨 입는 이유를 알려준다.

‘우선 살에 달라붙지 않고, 개구부가 넓어 통기성 좋아 시원함을 느낀다. 때가 타지 않아 굳이 비누 세탁할 필요도 없이 물로 행구면 된다. 가시에 찔리지 않아 일할 때 좋다. 평상복이자 작업복이다. 강한 햇볕에도 땀 냄새가 덜 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등산복에다 감물을 입혀주면 기능성이 좋다’

교육생들에게 감물로 제주 풍경 그리게 한다. 이미 경험했거나 농장까지 오면서 느꼈던 걸,주변에 있는 모든 걸 감물로 그리도록 한다. 감물을 숙성시켜 도료로 써서 가방 스카프 옷 조각포 인형 등에 모두 그리는 체험을 한다.

박 대표는 식물에서 얻은 색소로 염색을 천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원단을 잘라 그림, 음식, 수첩 등에 응용을 한다. 앞으로 음식 쪽으로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

“염료가 주로 한약제여서 내년부터 백설귀에 넣으려고 해요. 다양한 색깔, 색소를 추출해서 반죽을 할 때 물들여 음식을 만들어 다른 곳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은 제주의 풍경, 지역에 맞는 풍경에 문화적 요소를 집어넣고 있다는 박 대표는 앞으로 천연염색에 관련된 전망은 좋다고 본다.

“감물은 선조의 문화전통인데 기존 감물축제를 보면 일회성에 끝나고 있어요. 제주 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시각적 자료, 해설하는 사람. 염색할 수 시설 등 갖추고 일주일 정도 축제를 하려고 기획하고 있죠. 유기농으로 재배한 음식도 어울려 팔고 먹을 수 있는 장을 벌이여 제주인만이 축제가 아닌 외지인들에게 제주감 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싶네요”

체험과 판매는 다르기 때문에 체험을 하면서 상품을 만들려는 욕심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체험은 염색을 배우는 과정이고, 판매는 누구나 봐서 좋다는 상품을 만들어 팔도록 바란다.

“염색을 하다보면 정성을 들인 만큼 결과물이 나와요. 진정으로 하는 자신과 싸움으로 오랜 기다림, 시간 투자가 필요하죠. 너무 쉽게 물들이지 말고, 반복염색을 통해 자기만이 갖고 있는 색깔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감물염색을 현대적으로 일반인에게 접할 있도록 계속 노력하려해요.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게 최대 목표죠. 제주자원이나 사라져 가는 감물염색에 대한 자료 수집 계승하고 싶어요”

박 대표는 지난해 허북구씨와 함께 「근대 제주도의 감 문화와 감물염색」이란 책자를 펴냈다. 이 책은 제주도 현지조사를 통해 감물염색을 되짚어보고 발전방안을 제시한 근대 감물염색 보고서이다.

※‘이음새’농촌교육농장은 서귀포시남원읍위미리4137-1(위미항구로121번길120)에 있다. 연락은 010-6789-1944나 ☎064-764-098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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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축제 2014-10-24 21:44:21
제주에서 진행하는 축제에 의상을 제작하여 그 축제시 전체가 입어 손님들이 그 축제하면 떠오르는 컨셉의상이 되어 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어 축제를 오래 기억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예술가,축제기획자 등과 의논하여 제주다운 축제의상을 만들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