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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재배 친환경 채소 통해 초록빛 건강과 꿈 키워가요”
“텃밭 재배 친환경 채소 통해 초록빛 건강과 꿈 키워가요”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10.17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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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의 手多] <22>‘초록꿈’ 고은정 대표

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체험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제주시 서회천에서 '초록꿈'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은정. 이옥녀 모녀 대표.

“예전에 우영팟(텃밭)은 안식처이자 놀이공간이었죠. 상추, 깻잎, 콩잎과 쪽파, 부추 등 다양한 채소들이 있는 곳, 개미와 전쟁터, 각종 벌레 친구가 사는 곳이에요. 엄마의 농사지혜와 딸이 톡톡 튀는 생각을 모은 이곳에서 생각과 건강을 키우는 ‘초록꿈’을 들려주고 있어요”

제주시 서회천동에 있는 ‘초록꿈’은 엄마 이옥녀씨(60)와 딸 고은정씨(34)가 함께 운영하는 농촌교육농장.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체험과 교육을 하고 있다.

모녀는 건강한 채소를 통해 어린 친구들의 꿈을 함께 얘기해보고, 건강한 채소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녹색 식생활 실천을 통해 건강한 음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 대표가 교육농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할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석부작 제작에서 비롯됐다. 이호동에서 감귤 농원 함께 석부작을 제작 판매해오던 아버지 고홍률씨(60)가 2007년 현재 제주아트센터 남쪽 방선문초콜릿체험장 안으로 ‘초록돌이야기’란 이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 비닐하우스(380평 규모)에선 세 가족이 콩란, 풍란 등을 돌에 붙인 석부작을 만드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고, 전통문화인성교육장으로도 지정받았다.

딸인 고 대표는 현재 다른 곳에서 농촌체험농장을 운영하는 이 모 대표가 애들에게 석부작을 교육시키는 등 교육농장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고, 시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모녀는 농촌교육농장 ‘초록꿈’을 만들기 위해 2010년 서회천 땅 1000평을 구입하고, 2011년 교육장과 조리실 건물을 지었다.

그 뒤 농장운영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2012년까지 텃밭에 서 농사짓고 준비에 나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텃밭엔 잎 채소 위주로 계절마다 고추 배추 청경채 마늘 숫갓 브로콜리 양배추 딸기 삼채 부추 양파 호박 등을, 하우스에선 숫갓 삼채 고추 등을 재배하고 있죠.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는데요. 생산량이 많은 건 농협 등에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 교육용으로 쓰고 있어요”

농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채소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 “텃밭에서 계절별로 잎채소 재배, 교육·체험 활용”

이곳엔 사계절 내내 수업할 수 있는 교육장과 조리실을 갖췄다. 또 작지만 채소를 더 잘 자랄수 있게 연구하는 채소 연구실과 야외 밭이 있다.

농사와 관련된 부분은 어머니가, 그밖에 교육·체험분야는 딸이 맡고 있어 서로 역할을 나눠하면서 돕고 있는 셈이다.

교육은 학급단위교육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곳이 문을 연 뒤 2년 새 20여 학교에서 찾아와 교육과 체험을 했다.

학급단위는 40명 이내로 제주시지역 봉개·도평·이도초등학교와 서귀포시 새서귀초등학교 등 도내 전역에서 찾아왔다.

이곳엔 부녀회·봉사회 등에서 단체별로 찾아와 교육과 체험을 하고 있다. 단체교육은 식생활수업 특히 김치 채소와 관련된 분야를 교육한다.

계절별로 텃밭에서 나는 채소를 이용해 양념장 겉저리 등 다양하게 조리·체험하고 있다.교육시간은 필요에 따라 짧게는 2~3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종일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된다.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6기로 교육을 마친 고 대표는 원예치료사로 학교에 출강하느라 바쁘다. 탐라장애인복지회관에 격주로 출강하고, 원예치료사 동기들과 혼디사랑요양원에서 봉사하고 있다.

고 대표 가족은 2008년부터 제주농업기술원이 주최하는 교육농장교육을 지금까지도 받고 있다.

이 교육을 받으면서 고 대표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게 학년별 수업에 필요한 교과서에 연관된 채소 작목을 직·간접 재배·연구하는 방법, 아이들 생각과 연관시켜 수업하는 방법 등이다.

고 대표는 ‘꿈꾸는 채소들’이란 주제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 교육은 여러 가지 능력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어요. 채소 종류 알기. 채소나라 디자인하기, 채소밭에 사는 벌레 조사하기, 채소구조를 통해 이용부위에 따른 채소 구분하기, 수확한 채소와 다른 채소로 다양한 요리 만들기, 요리 시식한 뒤 맛 평가하기, 채소를 직접포장하고 상표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고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고 중점을 두는 건 아이들에 채소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까이 할 수 있도록 교육·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래 저도 채소를 싫어했는데 나중에야 좋아하게 됐죠, 이런 제 경험을 바탕으로 채소를 싫어하는 애들도 좋아하게 되고, 자신이 직접 만들어 먹고 좋아하게 만들도록 하는 거죠. 텃밭재배교육으로 애들이 건강하게 채소를 통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이자 꿈이에요”

# “채소교육 통해 쓰레기 줄이기 등 환경 소중함 깨우쳐”

잎채소를 재배하는 하우스시설
 

채소의 한 살이를 애들에게 조사할 수 있는 과제를 줘, 채소의 구조와 기능 등에 대해 애들이 서로 얘기하면서 알 수 있도록 하고, 모자란 부분은 보충해주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고 대표는 환경과 연결된 교육을 함께 하면서 환경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과정에서 많이 생겨나는 쓰레기 특히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가르치고, 애들이 물건을 아껴 쓰는 걸 스스로 느끼도록 서로 생각을 함께 얘기하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분리방법과 줄이기 위한 노력방법도 가르치고 있어요. 자기가 먹을 만큼 채소를 밭에서 적정량만 수확해, 먹도록 해요. 수확단계부터 음식물 줄이고, 채소를 씻으면서 부서지는 것 등을 분리수거해 다시 땅을 돌아 갈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죠”

집안에서 미니텃밭이나 베란다에서 채소를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도 가르치고 있다. 특히 고 대표가 스스로 체험하면서 익힌 방법을 알려준다.

“애들에게 포트에 상추 등 잎채소와 쌈 채소를 줘 키우도록 가르치지만, 제대로 따라오는 애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게 현실이죠”

김치 장아찌 등 제철 채소저장방법을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가르침으로써 계절에 맞는 우리 음식의 소중함 등을 깨닫게 하고 있다.

“겉절이 김치를 직접 수확해 씻고 양념을 만들도록 하죠. 우영팟(텃밭)에서 따낸 채소를 이용해 채소떡볶이·가지피자·토마토스파게티·채소 파전·채소 김밥 등 제철 채소를 이용해 스스로 만들어 먹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밭농사를 친환경으로 하는 것이고, 특히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초제 등 농약 쓰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 1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벌레 때문에 모두 망치기도 했어요. 실제로 친환경 농업하고 있는데도 다품종 소량생산이어서 관련기관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해 몹시 속이 상해요”

인증기관에선 농산물을 판매를 해야 친환경 인증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체험을 하러오면서 친환경 인증농가를 찾아 확인할 때 가장 난감해요. 농촌교육농장에 한해 친환경 인증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봐요”

“강요하지 말고, 구속된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도록 애들에게 교육하고 싶고, 자기 길을 찾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고 대표는 “앞으로 채소요리 품목과 단계를 늘리고, 애들이 좋아하도록 생채소를 간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싶다”고 말한다.

※‘초록꿈’농촌교육농장은 제주시회천동2981-4(서회천길10)에 있다. 연락은 010-8662-4008/☎064-722-494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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