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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남단 영토 표지석은 교체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최남단 영토 표지석은 교체되어야 한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4.10.16 11: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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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곡고등학교 동아리 반크 대표 박 환
원곡고등학교 동아리 반크 대표 박 환

지난 봄 우리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환경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반크(VANK)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에게 대한민국 최남단인 마라도를 방문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을 마주치게 되었다. 이곳이 우리나라 땅임을 알리는 대한민국 영토 표지석의 글자가 ‘한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지리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영토는 국민, 주권과 더불어 한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영토 주권을 나타내는 표지석에 그 국가의 글자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문 사용은 단순한 표기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표지석이 있는 바로 그 곳이 해당 국가의 주권 아래에 놓여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남쪽 해상은 바다영토를 둘러싸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라도는 이어도와 함께 매우 중요한 섬이다. 사실 영토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은 지나치게 독도에만 몰려 있어 남쪽 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해상 영토의 핵심인 배타적 경제 수역을 확정하는 방법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해안선의 길이와 인구가 많은 쪽이 더 넓은 해역을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우리는 기선상의 가장 가까운 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중간선을 경계로 하는 ‘중간선 원칙’에 따른 해양 경계 확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선의 기준이 되는 곳이 ‘마라도’이다.

이처럼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으로 우리나라의 해상 영토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섬이다. 때문에 마라도에 갈등 대상국에서 기원한 글자인 ‘한자’로 우리나라 영토를 표기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혹자는 유럽의 라틴어처럼 한자가 동아시아 지역의 공통 문자로서 동일한 문화권을 형성하는 데 일조를 해 왔고 우리가 쓰는 한자가 현재의 중국 글자와 다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계화라는 시대사적 흐름에 맞게 영토 표지석 또한 공용화된 영어로 표기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말과 글은 한 나라, 한 민족의 얼을 담는다고 하였다. 순 한글로 발간된 독립신문이나 조선어학회 사건에서 보듯이, 구한말 및 일제 강점기 한글 사용은 민족정신의 고취와 항일투쟁의 연장이었다. 광복 후에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바르고 고운 한글을 쓰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왔고, 최근에는 한문이 혼용되고 있는 법률을 한글로 바꾸는 법안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처리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글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마라도의 최남단 표지석은 한글로 교체되어야 마땅하다.

이미 정부는 2012년 8월 독도에 한글로 된 영토 표지석을 세우면서 “독도에 세워진 표지석이나 독도 바위에 새겨진 암각서는 대부분 한자로 돼 있다”며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표시하기 위해 한글로 된 상징물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는 한글의 위상 강화와 함께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것을 재확인시키고자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에서 한글 표지석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땅끝 마을’이라 불리는 해남의 표지석도 한글로 되어 있으며 남극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에도 한글로 된 표지석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중국은 관할 해역 내의 6천여 개의 섬마다 자신들의 영토임을 알리는 한자로 된 표지석을 세우며 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도 하루 속히 영토 표지석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한글’로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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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크팬 2014-10-16 11:21:08
아주 좋은 지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