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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작물’ 감귤, 의회와 정치인들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
‘정치 작물’ 감귤, 의회와 정치인들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10.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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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1번과 상품화 논란 저마다 한 마디씩 … “제주 현안이 감귤 뿐인가?”
2일 오후 열린 제주도의회 제321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는 구성지 의장과 의원들이 감귤 1번과 상품화 논란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보태고 나서 감귤이 '정치 작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감귤 1번과 상품화 문제와 관련,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발언을 보태고 나서 감귤이 ‘정치작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2일 오후 열린 제321회 정례회 본회의. 이날 회의에서는 의원 3명이 줄줄이 5분 발언을 신청, 감귤 1번과 상품화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구성지 의장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그는 진통 끝에 제주도가 1번과 상품화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시점에 다시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구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1번과 상품화 문제에 있어 생산자 농민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우리 의회와 농업인단체장의 의견을 듣고 있는 제주도 간에 이 문제가 쟁점으로 제주사회에 비쳐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의장은 “우리 도의회는 생산자 농민들의 입장에 따라 1번과 전부에 대한 상품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제주도의 정책은 49㎜ 이상으로 결정하고 시행시기만 내년 9월 1일부터 유통하는 것으로 1년간 유보, 47㎜부터 유통할 수 있도록 요구했던 농민들은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구 의장의 발언은 의회가 농민 편에서 생산자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자칫 농민들과 농업인단체장간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날 오전 도 집행부에서는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마련,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9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구 의장이 바로 이 시점에 이같은 발언을 함으로써 갈등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날 본회의에서는 고태민 의원과 김천문 의원(이상 새누리당), 현우범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 3명이 나란히 5분 발언을 신청, 모두 감귤 문제를 두고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발언 내용도 제각각이다.

고태민 의원의 경우 1번과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올해는 극조생 감귤이 출하되는 시기임에도 포전거래가 주춤한 상태이고 거래 가격도 평년보다 많이 하락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정확한 생산량 예측을 토대로 시장 격리 기준을 마련, 유통명령제 조기 실시를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동 지역구의 김천문 의원은 아예 감귤 1번과 전체를 상품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집행부에서 감귤 1번과가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면서 “그동안 소비자의 입맛이 변했고 사시사철 과일이 수입되는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수량을 중심으로 하는 감귤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서귀포시 남원읍이 지역구인 현우범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과연 협치라는 것이 감귤정책에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도가 오전에 발표한 방안에 대해 ‘최악의 선택’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농가 의견을 수용해 47㎜부터 상품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선과기 드럼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년부터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의 발언은 의회가 다른 현안사항을 뒤로 한 채 감귤 1번과 문제에만 너무 매몰돼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감귤 1번과 문제가 과연 다른 모든 제주 현안들을 제치고 의장부터 의원들까지 매달려야 할 정도로 중요한 현안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귤이 수십년째 ‘정치 작물’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의회를 비롯한 정치인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제주 정치의 현 주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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