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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들이 재단한 조직진단에 제주도내 교육 “흔들”
대학교수들이 재단한 조직진단에 제주도내 교육 “흔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10.01 09: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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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도교육청 조직진단 최종보고에 등장한 업무분장의 문제점
제주도교육청의 최종 조직진단을 놓고 '제주교육이 사망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교육행정은 차분하다. 왜냐, ‘선생님’이라는 틀 속에서 교육행정을 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를 가든, 교육청을 가든 모두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교육 전문직도, 행정직 공무원도 ‘선생님’이다.

하지만 ‘선생님’이라고 다들 부르더라도 각각의 역할은 존재한다. 교사들은 학생을 맡아야 하고, 행정직 공무원들은 학교-교사-학생-학부모라는 톱니바퀴가 무리 없이 돌아가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도내 교육계의 분위기는 이런 톱니바퀴가 자칫 빠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혹자는 “교육계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문제점을 한마디로 축약하기도 했다.

왜 그럴까. 지난주 최종보고를 한 ‘제주도교육청 조직진단’ 때문이다.

전에 기자가 조직진단의 문제점을 지적(본보 2014년 9월 16일자)해서인지 최종보고 때는 제주교육박물관을 살리고, 도서관의 기능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최종보고 때는 새로운 게 터져 나왔다.

최종보고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중간보고에는 보이지 않던 업무 조정안이다. 여기엔 교무실중심 교무행정업무분담 모형과 행정실 중심의 교무행정업무분담을 제시해두고 있다. 다들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교사의 업무를 분담할 인력을 배치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조정안은 교무실을 중심으로 할 경우엔 ‘교무행정전담부’를, 행정실을 중심으로 하면 행정실내에 ‘교무행정팀’을 둔다는 것이다. 조정안에서 보이는 교무행정전담부나 교무행정팀의 역할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교무실에 둘 것인가, 행정실에 둘 것인가의 차이이다.

이석문 교육감 체제에 들어오면서 강조한 건 ‘교실’이다. 교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도 그런 기조 위에 수립된 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조정안에서 제시한 교무행정전담부나 교무행정팀의 업무분장은 이해되지 않는 면이 너무 많다.

조정안은 팀장 1명과 보조인력 1명 등 2명이 학교의 연간·월간·주간 등 학사일정 관리와 각종 위원회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의 중심이어야 할 교사가 학사일정을 관리하지 않고, 교무행정팀에 넘기는게 가능할까. 그렇게 되면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여주기보다는 오히려 학사 일정 관리에 교무행정전담부나 교무행정팀, 교사들도 다 매달려야 하는 이중부담이 주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학교에 구성된 각종 상벌위원회와 학교폭력대책위원회는 교사가 중심이 된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관리를 하기에 위원회에 교사가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이걸 교무행정팀이 맡는다고?

심지어는 수준별 수업 운영과 교육계획서 작성, 장학생 선발 등도 학교에 새로 구성될 전담부서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자가 보더라도 너무 이상하기만 하다.

교사들은 교실내에서만 학생들을 관리하는 게 아니다. 교사들은 점심시간도 수업의 연장선으로 보고, 급식관리를 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최종 보고에 나온 업무분장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수업과 관계없는 건 모두 교사로부터 떼버리려니 문제가 발생했다.

왜 이런 업무분장이 나왔을까. 조직진단을 한 구성원들은 초·중·고교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진단을 연구한 이들은 연구책임자를 비롯해 모두 대학교수들이다. 대학 교수들 입장에서 용역진단을 하고, 초·중등 교육을 재단했다. 그들이 보기엔 교수들이 하듯 업무를 나누면 될 것으로 본 모양이다.

사실 교수들은 수업에만 전념을 한다. 학생 관리를 할 필요가 거의 없다. 대학생은 학생이지만 선거 때 투표를 하는 성인이다. 그런 성인을 향해 교수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 교수는 수업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조교가 관리하는 체제이다. 최종보고 때 갑자기 등장한 업무분장은 교수들이 행하고 있는 걸 그대로 갖다놓았다는 인상만 준다.

이번 업무분장에 ‘선생님’들의 불만이 많다. 교육 일선에 있는 교사들도, 행정직 공무원들도 불만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교사들이 수업에 열중하도록 도와야 하는 건 맞지만 교사에게서 학생들을 떼는 건 교육이 아니다. 초·중·고교생은 미성년들이다. 이들은 교사들의 적극적인 보살핌이 필요하다. 초·중등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만 한다면 대학 교수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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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2014-10-01 13:13:04
가장 본질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일 텐데요... 본질을 놓치고 단순히 교사의 업무경감으로 인해 수업의 질이 좋아지면 아이들이 행복해 진다는 좁은 시각에서 바라보는게 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수업만 잘하려면 유명 학원강사들이 훨씬 낫지요.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수업 잘하는 강사가 아니라 수업외의 다양하고 충실한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각자를 잘 파악해 주어서 수준별 교육도 구성하는 등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선생님일텐데요..
정작 교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원강사 2014-10-01 11:11:54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학교수들도 각종 교육계획 및 추진과 학생들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이렇게 나몰라라 하면서 다른 직종에게 넘기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실에서 수업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교사를 학원강사로 전락시키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학원에서는 강사가 수업만 하고 학생관리 등을 포함하여 나머지 모든 업무처리는 원장이 하지요.
조직진단 용역보고서대로 조직개편이 된다면, 앞으로 교사들은 수업 외의 모든 권한을 다른 직종에게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진정 학교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