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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고산습지의 보랏빛 제주 가을
한라산 고산습지의 보랏빛 제주 가을
  • 윤순희
  • 승인 2014.09.3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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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희의 발 편한 생태관광] <3>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초가을의 한라산 고산습지는 가을 야생화로 절정에 이르고 있다. 고산습지에서 느끼는 제주의 가을은 어떤 향을 품고 있을까. 넓고 평평한 물이 가득 찬 습지를 꿈꿨다면 이곳에서는 충격을 받게 된다. 물이 있어 습지라고 하기에는 습지 생명체가 있어 습지인 것을 알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비록 물로 가득 찬 습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으젓하게 자리 잡은 생명의 보고 1100고지 습지의 가을 향연으로 떠나보자.

1100고지 습지 전경.

1100고지 습지는 한라산 서쪽 산록을 관통하며 제주시와 중문을 잇는 1100도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습지로, 2009년 12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한라산국립공원과 생물권보전지역 안에 위치해 있으며, 13ha 면적으로 민물성 늪과 식물로 구성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고지대 습지로 분류된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한라산의 지질 특성으로 투수성이 높아 담수량은 많지는 않으나, 야생동물에게 중요한 물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안의 다양한 생명체.

1100고지습지는 독특하고 희귀한 유형의 습지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에서만 분포하는 한라산 고유식물인 한라부추는 물론, 한국 고유식물로 멸종위기종 2급인 지리산오갈피가 지산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 지역이다.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휠체어로도 탐방이 가능하다.

휠체어 탐방이 가능한 산책로.

탐방로를 따라 가다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암석이 예사 빛깔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회백색의 무언가로 덮여있는데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이곳 암석들은 습지 주변 오름들이 만들어지면서 흘러나온 용암의 파편들이다. 습지가 형성되면서 이곳만의 독특한 기후가 생기면서 무생물인 용암 암석위에 지의류가 자리 잡았다. 무수한 세월을 딛고 하나둘씩 자신만의 생명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의류는 균류(菌類)와 조류(藻類)가 조합을 이루어 상리공생(相利共生)하는 식물군으로 습지의 돌 위에 잘 착생하는 편이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는 않지만 이곳이 습지임을 절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생명체이다.

화산석 위의 지의류.

암석들 건너로 늪 같은 지형위에 작은 키의 보라색 꽃망울을 여러 개씩 담고 있는 한라부추가 눈에 띈다. 한라부추는 한라산의 표고 1,100m 고지 이상과 전라남도 백운산, 지리산 및 가야산에서 나는 다년생 초본이다. 예전에 한라부추는 너무 흔해 발에 밟힐 정도였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무단채취로 인해 많은 군락지가 사라지고 귀한 식물이 되었다. 초가을 고산습지를 화려하게 물들였었지만 여전히 군데군데에서 그 고운 빛을 발휘하고 있다.

야생화 안내판.
한라부추.

1100고지습지는 대략 5-7개의 습지가 분포하고 있으며, 지표의 상태와 규모에 따라 언제나 물이 고여있는 습지, 갈수기에는 유수의 흔적만 남아있는 습지, 거의 육지화되어 흔적을 찾기 어려운 습지, 등 다양한 형태의 습지가 관찰된다. 육지화가 되어 있는 곳에 노란색 키다리 꽃이 보인다. 곰취이다. 깊은 산 속의 곰이 좋아할 것 같은 나물이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고산지대라 초가을에도 이곳에서는 곰취의 노란 꽃을 볼 수 있다.

곰취.
감자개발나물.

산책로를 벗어날 즈음 우산 모양의 하얀 꽃이 자리잡고 있다. 이름도 특이한 “감자개발나물”이다. 개발나물인데 뿌리가 어린 고구마 모양의 방추형과 비슷하다고 유래한 이름이다. 낮은 지대의 습지에서 흔하게 만나게 미나리과 식물처럼 눈에 익숙지만 고산지대습지에서 만나니 더욱더 반갑다.

한라산과 오름 아래의 습지.

산책로를 나오면 휴게소 부근에서 한라산 정상을 향해 살펴보라. 그러면 처음에 의문이었던 한라산에서 그것도 물빠짐이 쉬운 현무암이 태반인 이곳에서 어떻게 습지가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된다. 한라산 서부 능선은 완만한 기복을 지니고 있다. 1100고지습지는 오름(volcanic cone)으로 둘러싸여 움푹 패어있으면서 물웅덩이가 발달한 지형형태다. 한라산 산록에 발달한 오름의 물과 눈의 집수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높은 곳에 생명의 보고가 될 수 있었다.

 

<프로필>
(주)제주생태관광 대표(생태문화여행해설가)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 제주신화 활용 체험관광 상품 개발 참여
웃뜨르권역, 판포권역 마을체험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주민 교육 담당
선흘1리 마을해설사 교육 담당
휴 프로그램 개발
서부농업기술센터 스토리텔링과정 제주신화 강의
숲 테라피 진행
제주도 탐라교육원 제주문화강사
장애전문생태여행프로그램 개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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