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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크레타는 ‘신화의 고향’이라는 점 너무 빼닮아”
“제주도와 크레타는 ‘신화의 고향’이라는 점 너무 빼닮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9.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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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탐라문화제 때 ‘크레타’ 부스 운영하는 유재원 한국-그리스협회장
탐라문화제 때 크레타섬 부스를 운영하는 한국-그리스협회 유재원 회장. 그는 제주도와 크레타가 꼭 닮았다고 말한다.

탐라문화제는 ‘탐라’, 즉 ‘제주’라는 정체성을 알리는 제주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행사이다. 그런데 여기에 ‘크레타’라는 다소 이질적인 단어가 끼어들었다.

올해로 53회째인 탐라문화제. 오는 10월 2일부터 제주시 탑동 일원에서 펼쳐질 이번 탐라문화제에 ‘신화의 섬 제주 크레타를 보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부스가 운영된다.

크레타는 생소한 단어는 아니지만 왜 탐라문화제에 포함이 됐을까.

크레타는 역사서를 통해, 그리스 신화를 통해 우리에게 접근해왔다. 그러기에 ‘크레타’라는 글자 자체가 주는 이미지는 ‘익히 알고 있음’이다. 하지만 크레타가 탐라문화제에 부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궁금하기만 하다. 유재원 한국-그리스협회 회장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어봤다.

“해양문명이라는 연계성 때문이죠. 그리스는 세계 최초의 해양 문명을 만든 나라인데, 그 가운데서도 특히 크레타의 미노아 문명은 기원전 2000년부터 기원전 1300년까지 지중해 해양문명을 주도했죠. 우리나라 해양 문명도 사실상 제주도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크레타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이다. 제주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공교롭게도 두 섬은 자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어쨌든 두 섬은 대한민국과 그리스라는 나라에서 지리적인 공통점을 지녔다. 그런데 그 뿐일까. 유재원 회장은 더 중요한 얘기를 들려줬다.

“닮은 건 많아요. 화산섬, 돌문화의 발달, 강인한 여성, 뱀 신앙 등이 닮았어요. 특히 신화가 있어요. 제주도는 우리나라 신화 가운데 독특하게도 천지개벽이나 인간의 탄생과 같은 우주론적 내용을 담고 있어요. 크레타도 마찬가지이죠. 제우스의 탄생지라는 신화와 맞닿아 있어요. 신화의 고향이라는 점이 너무 닮았죠.”

사실 천지개벽이라는 신화를 가지고 있는 곳을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독특한 신화의 구성이 제주에 있다. 크레타섬이 그렇듯이.

서로 닮은 두 섬은 산업으로도 닮은 꼴이다. 관광이 주요 산업이다.

“두 섬은 관광이 매우 중요하죠. 크레타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제주도는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경제와 문화의 허브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을 합니다. 고통과 질곡의 역사라는 것도 닮았어요. 크레타도 제주4.3처럼 1만명이 학살을 당하는 아픔을 겪은 곳입니다. 제주인처럼 그들은 ‘육지’와는 다른 섬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자부심이 아주 강하죠.”

한국-그리스 협회는 지난 1954년 설립돼 두 나라의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를 진행하는 민간 외교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 그들은 제주도와 크레타, 두 섬간의 교류를 추진중이다.

“닮은 두 섬의 정기적인 교류 추진을 위해 자매결연이 필수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공식적인 기구를 만들어 추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정기교류가 된다면 인적 교류 외에도 특산물과 민속 공예품의 상호 교환까지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그는 한국-그리스협회 회장 뿐아니라 세계문자연구소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세계문자연구소는 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일원에서 ‘2014 세계문자심포지아’를 열 계획이다. 여기에 그는 제주도를 포함시켰다.

“정체성은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강한 자부심에서 읽을 수 있어요. 유네스코에서 제주어를 한국어와 구별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주어의 보존과 발전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세계문자심포지아의 세계학술발표회에 제주어 발표자가 참여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는 탐라문화제 때 마련하는 부스의 계속적인 참가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스 정신에서 배울 점도 꺼냈다.

“우리 민족이 찾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 정의 같은 정신적 가치들은 그리스에서 시작 됐습니다. 바로 그리스 정신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셈이죠. 그런에 우리 사회엔 미국이나 일본을 거쳐 전해지는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됐어요. 그런 점에서 제주신화에 나타난 생명과 평화 정신은 그리스 정신과 공유할 수 있다고 봐요.”

한국외대 그리스학과 교수인 유재원 회장은 <그리스 신화의 세계 1,2>, <신화로 읽는 영화, 영화로 읽는 신화> 등 다수의 책을 펴냈고, 현재 한국그리스학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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