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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새로운 비전, ‘생태·인권·평화의 국제도시’로 가야”
“제주의 새로운 비전, ‘생태·인권·평화의 국제도시’로 가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09.24 19: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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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의 인문학 이야기’ 첫 강좌 강봉수 교수 ‘왜 제주인의 문화문법인가?’
24일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주최, 미디어제주·제주역사문화연구소 공동 주관
‘제주문화의 인문학 이야기’ 첫 강좌에서 강봉수 교수가 열띤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주 사회를 관통해온 대명제를 꼽으라면 단연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로운 도정이 출범한 만큼 새로운 제주의 발전 비전과 실천 전략을 모색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는 신자유주의로부터 탈피한 ‘생태·인권·평화의 국제도시’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다.

‘제주문화의 인문학 이야기’ 강좌 첫 강의에 나선 강봉수 교수는 24일 ‘왜 제주인의 문화문법인가?’ 강연을 통해 제주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문화문법에 주목했다.

강 교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제주가 세계화라는 신태그마에 대한 응전으로써 ‘국제자유도시’를 비전과 전략으로 삼아온 데 대해 “이러한 비전과 전략은 제주 문법에 맞지 않는다”면서 국제자유도시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기획이고, 본질적 가치가 아닌 도구적 가치를 중시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그동안 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 등이 제주 발전의 대안적 비전으로 추진돼 왔고 김태환 도정 때부터 ‘특별자치도’라는 비전 하에 이것저것 묶어내고자 했지만 핵심은 국제자유도시 건설에 있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평화의 섬 만들기는 국제자유도시 비전의 실현을 위한 선언적 수준의 실천사업과 무력을 통한 평화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특별자치도는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규제를 제거하고 제왕적 도지사를 양산했을 뿐”이라고 뼈아픈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그는 제주다운 비전과 대안을 찾는 작업을 하기에 앞서 제주문화의 패러다임, 즉 문화문법을 고찰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것을 제안했다.

‘제주문화의 인문학 이야기’ 첫 강좌에서 강봉수 교수가 열띤 강의를 하고 있다.

우선 강 교수는 제주만의 문화문법을 낳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사례의 하나로 제주의 무속신화를 들었다. 무속신화에 함의된 제주인의 원형적인 사유 문법으로 그는 평등 지향적 질서, 가족주의와 막내중심주의, 현세 지향적 질서, 정의(正義) 지향의 질서, 배려 지향의 질서 등을 꼽았다.

또 그는 제주의 독특한 가족 제도에 담긴 문화문법 외에 의(衣)·식(食)·주(住) 생활에 드러난 제주인의 문화문법을 분석해 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이같은 여러 요소들로부터 분석해낸 제주인의 문화문법으로 ‘인간 존중과 인권의식의 사유 문법’, 그리고 공동체주의, 생명 존중과 생태주의적 사고 문법, 평화와 관용의 사고 문법이 전제돼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문화의 인문학 이야기’ 첫 강의로 강봉수 제주대 교수의 ‘왜 제주인의 문화문법인가?’ 주제 강연이 24일 리더십센터 제주교육원 강의실에서 열렸다.

이어 그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에 명시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과연 지난 10여년 동안 추진해온 국제자유도시 건설이 ‘환황해 경제권과 환동해 경제권을 연결하고 동북아 경제권과 동남아 경제권,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경제권간의 연계를 통해 한국 경제구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교류․협력의 가능 영역을 확대시키는 데 있다’는 장밋빛 비전을 제대로 실현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학자들의 주장처럼 국제자유도시 건설도 제주에 투기성 금융자본이 판치게 하고 노동대중의 삶의 파괴를 가져오고 공동체 붕괴와 민주주의 후퇴만을 가져왔을 뿐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또 그는 “영어교육도시가 귀족학교를 낳았고, 헬스케어타운과 싼얼병원이 영리병원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무차별적인 중산간 난개발과 수많은 골프장은 제주의 천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제주 발전은 고사하고 문화적 병리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제주는 ‘생태·인권·평화의 섬’을 발전 비전으로 삼아야 하고, 그것을 실현할 전략으로써 ‘국제도시’ 건설을 주창한다”면서 “국제도시는 신자유주의적 기획으로부터 탈피한 명실공히 생태·인권·평화의 국제도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같은 비전이어야 제주문화의 패러다임과 결을 같이 하면서 21세기 문명사의 흐름과도 배치되지 않는 발전모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그는 “이러한 비전의 실현은 제주인들 스스로의 ‘참여와 자치’를 통해 일궈내야 한다”면서 이를 ‘제주다움의 행복 공동체’로 명명했다.

한편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주최, 미디어제주·제주역사문화연구소·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동 주관으로 6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제주문화의 인문학 이야기’ 강좌는 다음달 22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리더십센터 제주교육원 강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4일 열린 ‘제주문화의 인문학 이야기’ 첫 강의 시작에 앞서 미디어제주 하주홍 대기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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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2014-09-25 15:26:53
어제 너무 좋은 내용이었어요. 문화문법이 무엇인지, 제주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강의였어요. 강봉수 교수님 최고

지나가다 2014-09-25 13:16:22
다음엔 가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