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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없애고, 일반직 공무원 승진 자리도 없애는 교육청
문화를 없애고, 일반직 공무원 승진 자리도 없애는 교육청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9.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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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도교육청이 추진중인 조직진단을 들여다보며
제주교육박물관 직제 사라지고, 서기관급 자리도 3개나 줄어
제주도교육청이 추진중인 조직개편을 놓고 일반직 공무원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추진중인 조직진단을 놓고 말들이 많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15일엔 제주대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도교육청의 조직진단의 큰 틀은 본청의 인력을 현장에 재배치하는데 있다.

조직진단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는 건 연례행사이다. 4년마다 한 차례 조직개편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왜 이번은 말들이 많을까. 그것도 일반직 공무원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엔 일반직 공무원들의 ‘밥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의 앞집인 제주도청은 틈만 나면 자리를 만드는데, 도교육청은 이번 조직진단을 통해 있는 자리도 없애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조직에서 도교육청 산하 일반직 공무원들의 부이사관(3급) 자리는 단 하나에 불과하다. 서기관(4급) 자리도 12개에 지나지 않는다. 서기관급 자리는 제주도교육청에 공보관, 감사관, 대외협력과장, 총무과장, 교육행정과장, 교육재정과장, 시설과장 등 7개 자리와 제주도서관장, 제주교육박물관장, 제주도의회 파견, 2개 교육지원청 국장 자리를 포함하면 12개가 된다.

제주도교육청이 진행중인 조직개편을 적용하면 12개인 서기관 자리는 더 준다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조직개편이 완료되면 제주도교육청의 서기관 자리는 공보관, 감사관, 총무과장, 교육행정과장, 재정지원과장, 교육시설과장 등만 남게 된다. 현재 7개 자리에서 하나가 줄게 된다. 여기에다 감사관 자리는 개방형 직위여서 일반직 공무원들이 갈 수 있는 도교육청 서기관급 자리는 5개에 그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교육박물관 직제도 사라진다. 서기관급인 박물관장 자리를 없애고, 제주도서관의 일개 부서로 편입되도록 직제를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12개인 서기관급 자리는 공보관, 총무과장, 교육행정과장, 재정지원과장, 교육시설과장, 도의회 파견, 제주도서관장, 2개 교육지원청 국장 등 9개 자리만 남게 된다.

지난 1995년 개관한 제주교육박물관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설된 교육박물관으로, 다른 시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관심을 받는 곳이다. 제주교육박물관은 ‘교육은 학생교육으로만 대변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제주교육박물관장을 지낸 정순식 전 관장은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교육박물관은 제주교육의 역사를 담은 곳이다. 다른 지역은 박물관을 세우려 애쓰는데, 교육박물관 직제를 없애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직개편은 전문직과 일반직의 갈등 요소만 만들고 있다. 일반직만 대상으로 조직을 개편하게 되면 갈등 요소만 조장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직개편에 따르면 도서관도 칼을 맞게 돼 있다. 제주도내 지역 도서관은 지역문화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으나 조직개편은 도서관을 분원으로 만들고 있다. 도서관을 분원으로 만들 경우 자율적으로 일을 해오던 도서관의 업무는 사라질 게 뻔하다.

다들 현재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용역은 문화를 없애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문화의 시대에 문화를 팽개치고, 이를 통해 일반직 공무원의 자리만 줄이면 그만이라는 발상이 너무 아쉽다. 용역을 위한 용역이어서는 안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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