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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천 중국 피난선’이제야 철거”애당초 만들지말았어야지"
‘산지천 중국 피난선’이제야 철거”애당초 만들지말았어야지"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4.09.01 16: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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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시, "타당성 없다" 반대여론 불구, 귀막은 행정 강행... 막대한 예산 낭비

현재 산지천에 있는 중국피난선
행정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무책임하게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헛일을 저지르면 그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 애써 부수면서, 생기지 말아야 건축물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는 경우가 단적인 예이다.

그래서 역사적·학술적·경제적 가치나 타당성이 전혀 없고, 반대 여론이 많았는데도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가며 밀어붙여 만든 건축물을 12년이 지난 뒤 부수겠다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바로 제주시 산지천 하류에 흉물처럼 만들어진 ‘중국피난선’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중국피난선은 지난 2002년 제주시가 중화권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관광명소를 제공하겠다며 예산 22억 원을 들여 산지천 하류에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그 모델로 삼은 게 원래 산지천에 있었던 중국피난선 해상호(海祥號)였다. 이 배는 중국에서 뗏목 운반용 화물선으로 활용됐다.

그러다 국공(國共) 내전을 겪던 1948년 공산당 탄압대상이던 중국 요녕성 장하현 지주 가족과 친족 등 중국인 54명이 본토를 탈출하면서 타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인천에 도착했다가 6.25직후 제주에 예인됐고 22명이 1958년까지 선상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배가 정박했던 위치는 산지천에 있는 용천교 다리 부근이었고, 산지천이 복개되면서 없어졌다.

그러다 다시 제주시 산지천을 복원하면서 느닷없이 이 배를 모델로 ‘중국피난선’을 복원·재현하겠다고 나서, 내부엔 쇼핑시설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당초 이 건조물을 추진하려는 당시 지역 문화·예술계는 하천 복개물을 철거해 대대적인 원형 복원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산지천에 제주 전통 선박도 아닌 중국 배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시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을 등졌던 피난민이 생활했던 배를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과연 관심을 갖겠느냐"고 의문도 제기하며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제주시는 이를 묵살하고 강행했고, 12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철거하려 하고 있다.

제주시가 철거하려고 내세우는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구조체가 오래돼 낡고 안전위험 요소가 있어 내부수리를 해야 하지만 수리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당초 설치 취지와 달리 중국 관광객들에게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여론도 있고, 연중무휴로 개방하고 있어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도 들고 있다.

게다가 현재 제주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탐라문화광장 성격과도 맞지 않고, 조성계획에 ‘산포광장’을 만들려한다는 점도 중국피난선을 철거하려는 이유로 꼽고 있다.

그 동안 이 구조물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시는 이곳에 관리인 2명을 연중무휴로 배치했고, 관리비만 연간 1000만원이 들었고, 문화행사는 한 달에 한 차례 시낭송회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는 설명이다.

제주시는 이곳 관람운영을 9월1일부터 잠정 중단하며, 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 등을 거쳐 철거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거 뒤에라도 새로운 시민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제주도 사업추진부서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중국피난선 철거’방침은 비록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로 다가오지만,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우선 사업의 타당성도 없었고, 시민이 반대여론이 많았음에도 엄청난 예산을 낭비해가며 애당초 생기지 말았어야 할 건조물을 만들었다 부수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책방향을 잘못 잡고, 막대한 세금을 탕진하는 데 앞장섰던 당시 제주시 관계자들은 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궁금하다.

행정의 무책임에 대해선 어떻게 물어야 하나. 다시는 이런 잘못은 결코 되풀이해선 안 될 일이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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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14-09-01 19:20:00
누가 결제 했을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