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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에게 바란다
[기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에게 바란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4.08.27 1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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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완근

제주교육은 10여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학력만을 중시하는 경쟁 중심의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도민들 모두의 시대적 요구라고 여겨진다.
 
일선 학교 행정실과 교육청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으로서 아이들의 행복이 교육에 있어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있는 기분 좋은 변화를 맞으며, 우리 스스로도 교육가족의 일원으로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조금은 벅찬 마음으로 새로운 교육감을 맞이하였다.
 
스스로 제주교육의 한 축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지방공무원들은 과거의 생각과 행태에서 벗어나 변화하라는 도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란 의미로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도민들이 제주교육에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감의 배려와 협력의 교육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여 간의 교육감의 행보를 보면 지방공무원들을 제주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육주체의 일원으로 교수학습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적인 행정집단이 아니라 단순히 교원의 잡무를 대신하는 존재로서만 바라보고 있지 않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도민들이야 지방공무원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교육계 수장인 교육감이 지방공무원을 이렇게 폄하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고 유감스런 일이다.
학교는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여러 계층의 다양한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교사들이 있고, 학교 운영의 총괄 책임자인 관리자 즉 교장, 교감선생님이 있다. 그리고 교수학습활동을 지원하는 행정실 직원과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증가한 교육공무직원들이 있다.
 
교육공무직은 최근 들어 직종이 다양해지고, 그 숫자도 정규직 교직원의 수를 넘어서고 있어 교육주체의 일원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 속에 지방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처우개선, 근무여건 개선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공감대가 교육의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됨에 큰 역할을 하였고, 교원업무를 경감하여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집중하겠다는 이석문 교육감의 강력한 의지가 당선의 커다란 요인이 되었음을 많은 도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교사의 업무에 대해 교사들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 학교 내에서도 보직에 따라 교사별로 업무량이 차이가 많기 때문에 모든 교사들에게 교육활동 이외의 업무가 많은 지도 되짚어 봐야 한다. 교사들의 행정적인 업무가 모두 잡무여서 이를 없애거나, 행정실로 넘겨야만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교사들 중에서는 본인이 맡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면서 교육활동 역시 훌륭히 해내는 교사들도 많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의 보수, 복무 등 처우 수준이 높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최근 교육수요자의 요구가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고, 정보화의 물결 속에 단순히 가르치는 일 외의 교사 업무가 많이 늘어난 것 역시 사실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교사의 업무를 분담하기 위한 다양한 직종의 교육공무직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른 행정실의 업무부담이 늘어나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정착되어진 교육현장의 업무분장을 교원업무 경감이라는 미명 아래 행정실로 떠넘기겠다는 계획은 우리 지방공무원들의 공감은커녕 되레 반감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학교 행정실은 규모에 따라 한명내지 두 세 명의 소수 인원이 업무를 분담하여 학교의 모든 살림살이 즉 회계 및 행정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학교회계 예산을 편성하여 운영하며, 교육활동을 위한 각종 교구·기자재 등 물품구입, 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시설보수공사, 비정규직 인건비 지급 등 모든 세입세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시설물 관리와 교구·기자재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시설관리직은 학교당 1명 꼴이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서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연계하는 활동들도 맡아 하고 있으며, 학교의 모든 민원 업무도 행정실에서 처리하는 등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힘든 업무를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그 직종과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교육공무직들의 인사 및 복무 관리도 행정실 직원들의 몫이다.
교원들처럼 인원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은 직원도 없거니와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방학에 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많은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학교 행정실에서 이 모든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지방공무원들은 이제 교육감이 바뀌니 교사의 업무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과의 입장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요즈음 너무나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석문 교육감 공약 핵심 5대 정책 가운데 교원 업무 정상화 및 전문성 확대가 마치 모든 교사들은 학생관련 행정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오해를 초래하여 학교내 교원과 지방공무원간 불화를 더욱더 조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교원업무 경감 정책에 대해 교원과 행정실 직원을 바라보는 교육감의 생각과 의지이다. 행정실 직원들은 지금도 업무가 과포화 상태이며, 교원이 처리하고 있는 업무에서 행정실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없다고 보고 있는 입장이다. 행정실로 떠넘기고자 하는 업무가 과연 교육과정운영과는 무관한 행정적 처리대상 업무인지 절실한 고민에서 비롯된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생각과 함께 만약 그러한 업무가 있다면 행정실 인원의 충원이 필연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교육감님께 바라고 싶다. 우리 지방공무원 역시 자긍심으로 제주교육을 위해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고.
 
소통통합과 배려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면, 지금 가장 소수이며 약자인 지방공무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시기를.
 
끝으로 교육감 취임 한달 기자회견 직접 밝힌바 있는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구동존이(求同存異)” 사자성어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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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실 2014-08-27 19:58:41
시원하게 일선학교 행정실의 입장을 대변해주셨네요.
현 교육감의 시선에서 보는 '교원의 잡무'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수업 외의 공문서 처리는 모두다 잡무라는 건가요?
학생관리를 위해서는 생활기록부 등 각종 장부 정리.기록은 해야만 하고,
교육과정 운영, 학생들의 복지.안전, 교육사업 추진 등을 위해서는
교육계획에 따라 각종 기획, 추진, 집행을 위해 공문서 처리는 필수적입니다.
그 것까지 교사가 하지 않고 행정실에 떠넘긴다면
마치 학원강사처럼 단지 수업만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인지 묻고싶네요.
국민들도 이런 실정을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교무부, 학생부, 연구부, 체육부, 학년부 등의 부장교사들에게는
공무원수당규정에 따라 별도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교육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따른 보상입니다.
그런데, 행정실장에게는 아무런 수당이 없어요.
교원들에게는 어떠한 명분을 붙여서라도 수당 등을 만들어 지급하는데
행정실 직원에게는 업무만 넘어올 뿐 수당이라곤 주지 않습니다.
물론, 교육공무직원들에게는 더 야박하지요.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것이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