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 “평화와 정의를 위한 연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 “평화와 정의를 위한 연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08.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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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방한 일정 동안 위로와 치유만이 아닌 남기고 간 숙제를 곱씹어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음성 꽃동네 태아동산 앞에서 기도를 마친 뒤 선천성 사지절단증으로 두 팔과 두 다리 없이 태어난 이구원 선교사를 만나고 있는 모습.
가히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이다.

지난 14일부터 한국 방문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걸음과 손짓,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이사 32,17 참조)입니다. 그리고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합니다.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하여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합니다. 정의는 상호 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를 건설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 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합니다. 우리 모두 평화 건설에 헌신하며,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결의를 다지게 되기를 바랍니다.”(14일 청와대. 대통령과 정부 공직자, 외교단과의 만남)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저는 특히 여러분의 주의를 흩어버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문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헌 생활에서 청빈은 ‘방벽’이자 ‘어머니’입니다. 봉헌 생활을 지켜 주기에 ‘방벽’이고,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에 ‘어머니’입니다.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칩니다. 또한 순전히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는 우리의 희망을 인간적인 수단에만 두도록 이끌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셨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청빈의 증거를 파괴합니다.” (16일 꽃동네 연수원, 한국 수도 공동체들과 만남)

오롯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진심을 담아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주고 있기에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음성 꽃동네 안에 있는 태아동산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필자도 교황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교황이 수도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 직전, 음성 꽃동네에 있는 태아동산 앞에서 기도를 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취재 기자로서가 아니라, 제주교구 생명위원회 소속 일원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기에 더욱 기대가 컸다.

교황이 태아동산에 도착하기 4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동안, 생명운동 종사자들이 아닌 일반 신자들이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교황을 만나기 위해 앞줄로 다가서려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일산에서 왔다는 한 가족이 눈에 띄었다.

특히 아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몸이 약해 보였다. 피부 염증으로 팔과 다리는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발달장애가 있어 교황이 강복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결국 제주교구 생명위원회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허찬란 신부가 흔쾌히 그 부모님들의 부탁을 받고 교황이 태아동산에 도착한 바로 그 시각, 아이를 목마에 태우고 교황의 손길을 기다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황은 태아동산에 오기 직전 장애인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여서 애타게 교황을 기다리던 많은 이들은 그저 가까운 거리에서 교황을 만난 데 만족해야만 했다.

교황이 전국 각지에서 온 수도자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태아동산 앞을 떠나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이를 목마에 태워 교황을 기다리던 허찬란 신부에게 아이의 부모님들이 안수를 부탁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 있던 다른 신자들까지 줄을 서서 허 신부에게 안수를 청하는 상황이 됐다.

교황이 여러 차례 강론과 대화를 통해 역설했던 ‘약한 이들과의 연대’가 이뤄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유가족들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아 위로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바로 지금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웃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한국을 떠난다.

교황 한 사람에게 기대 모든 아픔을 치유받고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교황이 전한 메시지 속에 우리에게 남긴 숙제가 무엇인지 되짚어보고 곧바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지금, 바로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제주교구 허찬란 신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태아동산을 찾은 신자들에게 안수 기도를 해주고 있다.
제주교구 허찬란 신부와 일산에서 온 한 가족들이 짧은 만남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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