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정 출범에 따른 첫 인사가 13일 단행됐다. 인사규모는 승진 85명, 전보 762명으로 대규모이다.
이번 인사 배경은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관행을 없애고, 일로 승부하는 공직풍토를 만들어 나간다는 원칙 아래 일과 수요자, 능력 중심 탕평 인사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 동안 선거 논공행상, 혈연·지연 위주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오로지 일, 도민 평가, 능력 중심 인사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과장급 이상을 전면 교체했다고 인사 특징을 내세웠다.
이번 인사에 임용된 얼굴들을 보면 먼저 4년 전 도정을 연상시킨다.
원‘협치 도정’이 과거 ‘도로 김태환 도정’(?)으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착각을 들게 한다.
한마디로 이른바 ‘우근민 사람’ 배제, ‘김태환 사람’ 중용현상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박영부 기획조정실장, 고경실 도의회사무처장을 비롯해 과거 김 도정에서 나름대로 영전과 승승장구하며 ‘김태환 사람’으로 불렸던 인사들이 주요보직에 대거 중용됐다.
오홍식 전 기획실장이 명예퇴임한 것을 비롯, 이른바 ‘우근민 사람들’이 한직으로 보낸 것과는 확실히 대조가 된다.
물론 이번 인사가 다양한 중앙부처 경험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민선5기 도정에서 소외받았던 점을 감안, 업무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다시 주겠다는 취지라지만 지나친 면이 짙다.
원 도정이 표방하고 있는 탕평인사가 ‘한풀이 인사’나 ‘과거 줄섰던 인사’들이 회귀로 비쳐지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도지사들이 해 왔던 또 다른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관행’을 부추기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런 대목이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운 조직에 대거 도외인사를 발탁한 점도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이다.
정무부지사, 서울본부장, 제주관광공사 사장에 이어 협치정책실장을 모두 도외인사로 임용했다.
협치정책실은 도지사 정책구상을 위한 자료수집과 외부여론 수렴 등 보좌기능 수행을 위한 기구라서 도지사와 코드가 잘 맞는 인사를 발탁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운영되는 기구에 모두 다른 지역 인사를 배치함으로써 도민사회 일각에서 “벌써‘중앙정치’를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개방형직위인 제주도립미술관장에 언니에 이어 동생이 임명됨으로써 자매가 대를 잇게 된 것도 별로 좋게 비치지 않는다.
원 도정이 출범한 뒤 시장 공모과정에서 물의, 이지훈 전 제주시장의 중도하차 등과 이번 인사를 보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아직 먼 듯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