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엉터리 설계도면을 토대로 문화재 보수 공사가 발주됐다는 <미디어제주> 보도(2014년 7월 8일자)와 관련, 제주시가 원 설계업체에 실측 재설계를 요구, 공사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문화예술과 관계 공무원은 25일 오전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도면이 현장 상황과 다르다는 점 등을 확인, 원 설계자측에 실측 재설계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기 연장 여부 등을 이유로 시공업체와 다소 마찰이 있었지만, 현장 대리인을 교체하는 등 시공사와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초 6월 완공 예정이었던 ‘당거리동네 말방아’ 정비공사는 부득이하게 완료 시점이 더욱 늦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번 공사의 경우 문화재 보수공사여서 집을 뜯지 않은 상태로 목측으로 하다 보니까 현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통상적으로는 시공사에서 설계를 변경해가면서 공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관행적으로 설계와 현장 상황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시공업체들이 대부분 설계 변경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도내 관련 업체 관계자들은 “제주 지역의 경우 문화재 보수 및 정비업체들은 몇 군데 있지만 전문 설계업체가 없다 보니 제주 지역 문화재가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나는 부분 등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재설계를 하게 된 설계업체 관계자가 실측 과정에서 도내 다른 곳에 있는 말방아와 다른 것 같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시 관계자가 거짓 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신엄리 말방아 정비 공사의 예만 보더라도 원 설계도면대로 계속 공사가 진행됐다면 결국 시공업체 부담만 가중돼 자칫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당거리동네 말방아는 민속자료로서 중요한 가치가 인정돼 지난 1975년 10월 13일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32-2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관련 정비 예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소중한 문화재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공사 발주 전부터 설계도면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고,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는 행태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