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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BT가 한 팀(?) “야구와 축구를 합치라는 것이냐”
IT와 BT가 한 팀(?) “야구와 축구를 합치라는 것이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4.07.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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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道의 이상한 조직개편으로 등장할 ‘ITBT산업’팀을 보고

제주도의 조직개편안에 IT와 BT를 한 팀에 묶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산업을 한 데 모으는 것이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제주테크노파크도 2개의 조직이 통합됐으나 디지털융합센터와 바이오융합센터를 두면서 IT와 BT를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선 6기 제주특별자치도 조직개편()’은 제대로 가고 있긴 한 것인가.

제주도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부터 이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미디어제주>는 이 문제를 몇 차례 지적했다. 조직개편은 앞으로 도정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된다는 건 안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제주도는 무엇보다도 환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래야 세계자연유산에 걸맞는 땅을 보존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제주도는 조직개편안에서 환경자산보존과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았기에 환경만큼은 특별하게 지켜야 하는데, ‘환경에 대한 가치를 전혀 두지 않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
 
환경도 그렇고, 제주도가 미래산업으로 꼽는 ITBT분야도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ITBT는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기에 조직개편을 통해 이들이 받는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 말하겠다. 현재 제주도의 조직은 미래전략산업과에 ‘IT융합산업‘BT산업이라는 하위부서()를 두고 있다. ITBT를 따로 관리하고, 그에 대한 정책도 따로 짰다.
 
그런데 민선 6기 조직개편안을 들여다보면 2개 팀이던 ITBT1개의 팀으로 합쳐지게 된다. 이름하여 ‘ITBT산업이다.
 
ITBT산업이라는 틀에서는 같을지 몰라도 성질은 완전 다르다. 한 쪽이 물이라면, 한 쪽은 기름이 되는 격이다. 물과 기름은 일반적으로 섞이지 않는다. 완전 화학분해를 하지 않는 이상.
 
더욱이 ITBT는 전문가 자체가 다르다.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이 같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전 제주지식산업진흥원과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이 제주테크노파크로 통합될 때도 말이 많았다. 다행인 건 디지털융합센터와 바이오융합센터라는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됨으로써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조직개편안은 그런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ITBT산업의 중추를 맡을 도청 계장이 IT만 안다고 하면 BT는 뭐가 될까. 거꾸로 BT만 알고 있는 공무원은 IT를 냉대할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ITBT는 따로 가는 게 맞다. 정부의 조직도 그렇다. IT는 미래창조과학부, BT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관할이다.
 
제주도가 이번 조직개편을 내놓은 건 ITBT를 모르거나, 그런 산업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아니, 두 산업이 제주테크노파크에 있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재 도내 IT 관련 업체는 이전 기업을 포함해 150곳에 달한다. 여기에다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공사업 등을 포함하면 600곳은 족히 된다. 자칫 이번 조직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이들 기업과 가족들의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공무원들이 나서서 국책사업도 따오고 해야 하는데, 비전문가들이 그 자리에 앉아서 가능하겠는가.
 
강희석 제주IT협회장도 우려의 시선을 비쳤다. 그는 “IT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서로 섞일 수 없는 조직을 한데 묶게 되면 당장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전문가 없이 국책사업을 딸 수도 없고, 청년 일자리도 줄어들 게 뻔하다고 말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야구와 축구에 빗대고 있다. ITBT를 한 팀으로 묶는 건 야구팀과 축구팀을 한 팀으로 하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한야구협회는 따로 가는데 이를 한 데 묶어서 대한축구야구협회로 구성하면 말이 되겠는가. ITBT는 그만큼 다르다.
 
해답은? 물론 있다. 현재의 조직처럼 놔두면 된다. 그걸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가 탈을 내는 일일랑 하지 말자.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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